공원에서 /호당/ 2023.12.10 보라면 보라지 벌거벗은 몸으로 푸른 수의를 벗어 던져 갈비뼈 드러낸다 이게 내 본성이라며 묵어 중이다 주름살 검버섯들 삼삼오오 모여 해바라기가 된다 해바라기 앞을 바싹 다가 스친다 도수 높은 돋보기를 통한 시선이 껌벅거릴 뿐 무념인 듯하다 삶의 밑바닥을 깔고 있을 본성마저 잃고 나면 알몸을 부끄러워하랴 바깥바람 쐬고 내가 배경이 되거나 주연이 되어도 좋다 잠시 해바라기가 되어 내일을 생각 말고 오늘을 데워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