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417

공원에서

공원에서 /호당/ 2023.12.10 보라면 보라지 벌거벗은 몸으로 푸른 수의를 벗어 던져 갈비뼈 드러낸다 이게 내 본성이라며 묵어 중이다 주름살 검버섯들 삼삼오오 모여 해바라기가 된다 해바라기 앞을 바싹 다가 스친다 도수 높은 돋보기를 통한 시선이 껌벅거릴 뿐 무념인 듯하다 삶의 밑바닥을 깔고 있을 본성마저 잃고 나면 알몸을 부끄러워하랴 바깥바람 쐬고 내가 배경이 되거나 주연이 되어도 좋다 잠시 해바라기가 되어 내일을 생각 말고 오늘을 데워야 하겠다

자작글-023 2023.12.11

봄을 팝니다

봄을 팝니다/호당/ 2023.12.10 봄을 사 가세요 텍사스 골목에는 몰이꾼이 있고 배후엔 화사한 꽃이 방긋거린다 계절의 봄 만나 더 화사한 봄을 팔지만 계절 구분 없이 밤낮 구분 없이 팔아야 한다 발정 난 암캐가 있으면 발정 난 수캐가 있다 그래서 남몰래 사고판다 화무십일홍 넘기 전 왕창 팔고 새로운 계절을 맞고 싶다 봄을 팔고 나면 벌거숭이산이 황패화 되어 봄에도 여름에도 벌벌 떨어 헐벗는다

자작글-023 2023.12.10

국수 한 그릇

국수 한 그릇 /호당/ 2023.12.8 TV에서 국수 먹는 영상 구미에 홀리면 주인공이 되는 착각 벼르던 중 내일은 꼭 입을 달래야지 서문시장은 빽빽해 비좁은 어항에서 입 뻐끔거리는 금붕어 같다 보아하니 백수는 없고 넥타이는 없고 허름한 옷은 있고 5,000원 짜리 국수로 한 끼 때우려는 알뜰한 맘이 바글거린다 그토록 구미를 끓이는 국수 침샘이 넘친다 국수 한 그릇 김치 몇 조각 된장에 풋고추 후루룩 후루룩 부적 부적 후후 와작 와작 입안의 믹서 mixer 소리 허연 머리 비집고 앉아 국수 한 그릇에 혼을 저당 잡혔다가 값을 치르고 찾아왔다

자작글-023 2023.12.09

자전거 타는 어린이들

자전거 타는 어린이/호당/ 2023.12.9 공원에서 어린이들 자전거 타고 빙빙 돈다 동심이 둥글게 구른다 때 묻지 않은 굴렁쇠가 구른다 지나간 궤적엔 푸른 희망이 새싹처럼 돋는다 누구의 며느리 사위 될 너희 씩씩하게 푸르게 뻗어가라 앞길에 너를 맞을 보료를 깔고 *미증유 未曾有의 시간이 기다린다 *지금까지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음

자작글-023 2023.12.09

생강 캐러멜

생강 캐러멜 /호당/ 2023.12.8 겨울바람이 바늘 끝 같다 종일 찬 회초리 맞으며 벌선 듯한 노점상 곁눈질도 미안하게 느낀다 내 걷기 코스는 같은 구도에 동영상 연출을 볼 수 있어 내가 주연이 되고 때로는 관중이 된다 처음 보는 상품 물어본 것이 내 과실임을 느낀다 젊디젊은 여인이 생강 캐러멜 어디에 좋고 열심히 내뱉는 음색이 아리다 뒤돌아서면 어떤 화살이 날까 한 봉지 사 들고 그녀의 얼굴을 보니 화색을 띈다 많이 파세요 올겨울 감기 걱정은 없겠다

자작글-023 2023.12.08

취직한 손자 -청춘의 밧줄-

취직한 손자 -청춘의 밧줄- /호당/2023.12.6 하루의 리듬이 평온한 파도와 같다 저녁 무렵 TV와 마주한다 벨 소리에는 딸애의 목소리 애써 잔잔하다 끝에 기훈이 SK에 취직됐어요 갑자기 격랑에 파도는 절벽을 후려친다 오랜 가뭄에 그토록 기다리던 빗줄기 하늘이 터진 듯 시원하게 퍼붓는다 장하다 기훈아 곧 대지는 깨어난다 희망차게 취직은 생명줄이다 하늘이 내린 동아줄 하나, 취직 희망찬 희소식에 주름 짙은 얼굴이 활짝 펼쳐 생기 돈다

자작글-023 2023.12.07

대구 탕-형 만난 날-

대구탕 -형 만난 날- /호당/ 2023.12.6 겨울 날씨가 포근하다 마지막 남은 형제 뒤뚱뒤뚱 걸음으로 만난다 마주한 식탁 대구탕이 뽀글뽀글 시원한 국물에서 내 유년의 파노라마가 우려 나온다 도깨비바늘밭을 헤맨 내 몸 밭에서 끌어내어 주신 형 대로를 걸으라 길을 틔워 주었다 대구탕 뚜깔 긁는 소리 들리자 유년의 필름은 툭 끊겼다 삼류극장의 흑백영화처럼 마주한 형을 내 감광에 진하게 투사하고 주섬주섬 일어난다 대구탕의 별미가 입속에서 끓고 있다

자작글-023 2023.12.07

새털 구름

새털구름/호당/ 2023.12.5 파란 하늘에 새털구름이 흩어져있다 그 사이사이로 해님이 지구를 향해 교신한다 새털처럼 흩어지지 말라 마음 모으면 이룰 수 있잖니 지난 적 6.25를 잊었나 미국의 도움을 군사적 도움뿐 아니라 황소 돼지 염소 등 3,200마리 150만 마리의 꿀벌 벌통 200개 도움받았으면 은혜를 갚아야지 새털구름처럼 흩어져 싸움박질 감 놔라 배 놔라 호시탐탐하는 모기 떼거리 감싸려 들지 말라 뭉쳐야 살아난다

자작글-023 2023.12.05

12월 대쪽 같은 여인

12월에 대쪽 같은 여인 /호당/ 2023.12.1 막다른 골목이라 생각 말자 한 장 남은 달력에 화끈한 맘이 걸려있다 모질게 달려왔다 뒤돌아 볼일 있다면 늦지 않다 미련일랑 두지 말자 매정한 여인일랑 화끈하게 버리자 그러나 내일이랑 굳세어지라 모질게 부는 한파에 내 옷깃 여미고 나아가야 한다 얼음장 밑에 생명이 있지 않니 12월 마지막이라 생각 말자 시계추는 왔다 갔다 굴렁쇠는 구른다 낮밤,낮밤 밝음 어둠, 밝음 어둠 매정한 여인 정 주지 말자

자작글-023 2023.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