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통 음식물 쓰레기통/호당/ 2023.11.27 쓰레기통은 버리는 것만 모으는 통 통은 버리지 않아 20여 년을 쓰고 보니 뚜껑을 열 때마다 내 맛보라는 듯 악취를 풍긴다 통에 베인 구린 냄새 어떻게 고칠 수 없나 가령 죄는 옥살이로 교정하여 되돌릴 수 있겠다 베인 악취 퐁퐁에도 끄떡없다 구제 불능을 안고 갈 인내심은 없다 다이소에서 새것으로 바꾸자 20여 년을 부렸다는 것 자린고비가 웃겠다 잘 가 악취로부터 분리되었다 자작글-023 2023.11.27
우울한 만남 우울한 만남/호당/ 2023.11.27 반월당 만남의 광장은 같은 동영상은 돌아간다 만남은 주름살 펴고 싶은데 화제의 범위가 거의 고정한 그는 조도가 낮아 우울하다 고정 레파토리는 빼고 동반자를 이별했다는 슬픈 소식 인생은 죽는다는 명제가 앞가슴에 찰싹 붙은 우리 충격하거나 놀란 빛없다 그냥 위로의 말 한마디 명복을 빈다 우울한 낯빛에 잎을 피워 조화 50개 400.300.200. 150만 원씩 피붙이에 주었단다 평소 비슷한 말 익히 듣던 것 꼬리말 붙지 않는다 팁파니 2호 점은 식객 바글바글 정담은 들끓고 맛은 입에서 뒤섞이고 귀는 시끄러워 흘린다 서리 맞은 고추잎처럼 되어 우울한 낯빛에 겨울 속 해님은 자혜로운 지문을 찍어 주어 포근한 날로 적어둔다 자작글-023 2023.11.27
카스토라토 castrato 카스트라토 castrato /호당/ 2023.11.26 양서류 개구리를 보라 삶은 두 영역을 드나들어 좋다 수상 족속들 주거 수상가옥 언제나 붕 떠 있는 삶 부력은 성대 聲帶를 떠받는다 뭍에서 주춧돌 놓는 자들아 토향이 있어 시계추는 덜렁거리고 옹달샘에 물이 고인다 남성과 여성 입속을 들락거리는 우람한 남성의 울림통이 하늘 찌를 듯한 섬세한 아름다운 울림 너는 양성을 들락거리는 분명 카스트라토 음색 여인이다 자작글-023 2023.11.26
서사적 서사적 敍事的 /호당/ 2023.11.26 돌멩이를 잡고 번쩍 들어 겨눈다 그래그래 던지라 던져봐 약 올려 던지라면 못 던질 줄 아냐 눈 깜짝할 사이 획 던진다 아이코 고꾸라진다 저쪽 구석에서 탁 소리 난다 그놈 동작 하나 빠르군 연기는 배우 뺨치겠다 시는 시다워야 서정을 느낀다 기사는 있는 대로 본 대로 서사적으로 쓴다 자작글-023 2023.11.26
세대 차 세대 차 /호당/ 2023.11.25 서울에 있는 애들 형제 주말 1박하고 제 어미 병간호하러 왔다 전국 일일생활권이지만 제들 시간에 매인 몸이라 마음 내기 쉽지 않다 맛있는 반찬에 별식을 차렸다 내외가 항상 고정 밥상이 푸짐해 외식에 진수성찬 같다 늙은 내외 정리 안된 살림살이 이것저것 정리하느라 분주하다 시간 놓칠라 내가 조바심하며 재촉한다 서두르지 않고 태연하다 이건 늙고 젊은것이 아니다 사고와 생활방식의 차가 아닌가 콜택시 불러놓고 떠난다 노파심은 베란다를 지나 확인한들 흔적 없다 조바심은 수화기로 확인한다 승차했다는 전갈 가슴부터 편안해지는 안도 세대 차를 느낀다 늙은이의 조바심 젊은이의 시간 내에서 태연함 자작글-023 2023.11.25
내연 내연/호당/ 2023.11.25 낮엔 빈 둥지만 밤에 돌아온 뻐꾸기는 쿨쿨 어둠만 끌어안은 고독한 여인이 된다 아무 곳이나 낚싯대 드리우고 배회하는 껄덕지와 우연히 눈이 마주쳤다 순도 99 황금빛에 쏘일 때 미늘에 걸린 고독 여인에 연정의 빛을 발하고 있지 않는가 출구를 찾은 그녀는 모루 위 벌겋게 달은 무쇠가 되었다 정에 맞고 망치에 맞을수록 불똥 튀며 강도는 허물어지고 만다 내연이란 낱말을 알아차리자 쇠붙이는 찬물에 피시시 식는 소리 내며 식어가 한심한 단어임을 알아차린다 그간 우린 불순물은 섞이지 않았어 찬물 속에서 거품 토하며 식고 만다 원소로 돌아간 그녀 잠시 내연은 즐거웠다고 인정한다 자작글-023 2023.11.25
겨울에 떠는 것은 겨울에 떠는 것은 /호당/ 2023.11.25 이 계절에 접어들어 오돌오돌 떤다 두 주먹 꼭 쥐고 마음이 추워지면 더 움켜쥔다 좀 더 너그러워지라 한다 칼날 같은 바람 윙윙 나무란다 너울너울 흩날리는 함박눈 따귀를 후려치며 다그친다 동장군과 맞서 겨우 한 됫박 팔아 풀칠하는 이가 있다 오리 한 쌍 겨울 강바닥을 훑거나 자맥질한다 마음 너그러운 자는 떨지 않는다 마음 따뜻할수록 두 주먹 펼친다 자작글-023 2023.11.25
볼펜을 해부하다 볼펜을 해부하다/호당/ 2023.11.24 의사는 환부를 정확히 알고 그 부분만 집도하면 된다 서툰 의사처럼 볼펜을 풀어놓고 원상태로 환원하는 데는 역순을 잊어버렸다 왼쪽이건 오른쪽이건 돌리다 보면 느슨하게 풀린다 빠져나온 내장들 용수철이 튄다 주요 부분 장기를 잘 봐 두어야 하잖아 긴 창자 같은 심, 용수철, 심지의 받침 맷돌 돌리는 어처구니 뭐 이런 간단한 해부는 끝냈다 거들먹거리다가 그만 시간에 쫓겨 복원을 서둔다 웬 일일인가 밖으로 노출할 심지는 아슬아슬하게 걸쳐 용수철 이완이 문제인가 해부학을 대충대충 넘긴 죄 이런 실력으로 환자를 대한다는 것은 죄의식이 없다면 돌팔이다 자작글-023 2023.11.24
시의 탄생 시의 탄생/호당/ 2023.11.24 잠자리에 누우면 습관적으로 생각나는 시의 몸통 무엇이라도 태어나야 하는 강박관념이 앞선다 폐경기는 나에겐 없다 늦둥이 하나 얻으려 잠자는 아내 연필로 쿡쿡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귀찮은 듯 긴 하품 시의 날개 펴지지 않고 마음만 앞서 날개 접은 자세로 하얀 종이를 바라본다 누가 청탁하거나 재촉받은 것도 없다 꼭 이 밤을 통해 시의 밀알을 밭에 뿌려놓고야 잠들 것 같다 밭은 물기 없어 푸석푸석한 상태 골을 억지로 내고는 펼치지 않은 날개 그대로 몸이지만 밭고랑을 탄다 이런 상태로 이어지면 시동은 점화돼 날개 펼쳐 주고받는 영감의 잔을 부딪혀 희열을 토한다 시의 탄생은 동녘 서광을 맞아 쌍떡잎식물처럼 땅을 뚫고 솟아난다 자작글-023 2023.11.24
겨울 폭포 겨울 폭포/호당/ 2023.11.22 물이 살아 있을 때 곤두박질친 폭포를 보면 물의 속성이 신비롭다 느낀다 수십 미터 높이서 흰 이빨 드러내고 솰솰 부르짖으며 노정에 머리 깨지는 일 있더라도 뽀얀 낯바닥으로 좋게 보이려 한다 얼음으로 얼기 시작한다 절벽 바위에 찰싹 붙어 어금니로 깨물어 절벽과 타협한다 이것이 물의 삶이다 삶은 곧이곧대로 가다 때론 타협이 약이된다 겨울 폭포는 타협으로 찰싹 붙고 봄 맞아 너그럽게 해빙 맞는다 깨어지고 곤두박질한 다음 하얀 이빨 드러내고 흐른다 자작글-023 2023.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