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417

노점상-9 상품 훼손

노점상-9 상품 훼손/호당/ 2023.11.9 노점상 상품 거의 생물이다 생물은 유효기간이 짧다 썩어내려 앉는 것은 보면 맘이 썩는 것처럼 아리다 내 밭에서 싱싱한 것 진열했는데 안 팔려 시들어 간다 찬물을 뿌린들 한계는 있다 강한 햇볕에 견딜 시효는 소멸해 간다 정성껏 진열한들 안 팔려 시들어 축축 내려앉자 애물단지가 된다 피눈물 나는 괴로움이다

자작글-023 2023.11.09

노점상-8 대목

노점상-8 대목/호당/ 2023.11.9 섣달그믐 추석 장은 대목이다 삶의 질이 높아지자 길거리 상품을 낮게 평가한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가면 시원한 공간으로 카트카를 밀고 여기 기웃 저기 기웃 볼거리 눈요기 다 하고 식당에 들러 외식하고 희희낙락하는데 구태여 길거리 노점상을 찾겠나 그래도 오는 사람은 온다 대목 날은 다르다 손주 용돈 두둑이 줄 덤을 쌓는다

자작글-023 2023.11.09

노점상-6 눈 내리는 날

노점상-6 눈 내리는 날/호당/ 2023.11.9 미친바람에 눈이 뱅글뱅글 내 앞이 어지럽다 노점상 천막이 들먹거린다 오늘 매상은 풀풀 날려갈 것 같다는 신호 강아지나 개들 눈밭을 좋아 뛰고 구르고 즐긴다 흥 남은 애달아하는데 미물들 좋아 날뛰는 군 눈 맞으며 웅크린다 삶이 웅크려진다 상품진열대에 눈이 쌓인다 연방 걷어내도 쌓인다 돈방석이 쌓이는 일은 없다 제설차가 눈을 훑고 지나간다 고객이 없다 눈 오는데 집에 갇혀있겠지 눈 맞고 나오겠나 눈 오는 날은 노점상 눈 폭탄 맞아 한숨 날아가는 날

자작글-023 2023.11.09

음량( 내 귀는 뚫리다)

음량 (내 귀는 뚫리다) /호당/ 2023.11.8 모든 일은 바로미터로 갈음한다 TV 음량을 30이 적정이다 리모컨 포인트가 사라졌다 도우미는 포맷한 듯 낯선 얼굴이다 참고 견뎌 사귀면 익숙해지겠지 TV 음량 30이 80으로 상향되어 내 귀가 갑자기 어둑해졌나 이건 이웃에 공해다 두 번째 도우미는 마른 나무막대기 기질로 정상이라고 세 번째 도우미는 수양버들처럼 하늘하늘 역시 정상이라고 후하게 인사했지만 나는 좌절이다 리모컨 설정을 터치 아! 여기 성량 조절 기능이 있잖아 내 귀는 뻥 뚫려져 초기화되었다 구하라, 그러면 받을 것이다* 이 한 구절이 깊이 박힌다 *마태복음

자작글-023 2023.11.09

노점상-5 비 오는 날

노점상- 5 비 오는 날/호당/2023.11.8 천막치고 기다린다 비 오는 날은 벌들 나들이가 뜸하다 집에서 식구들과 노닥거리고 맛있는 식탁이나 준비하겠지 그런 팔자면 좋으련만 천막에 고인 물 착한 나무에는 거미줄 치지 않아요 위로한다 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요 서러움은 하늘로 탓할 수도 없고 빗줄기 굵게 쏟아낸다 황토물이 흐른다 좋은 사람 있고 눈물 흘린 사람 있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주섬주섬 거두어 짐 싼다 옷깃에 젖은 빗물은 씻으면 그만 내 가슴을 적시는 빗물은 수심이다 오늘 저녁은 라면으로 때워야겠다 하루살이 나는 배고픈 하루살이다

자작글-023 2023.11.08

노점상-4 -하루살이-

노점상 4 -하루살이- /호당/2023/11/8 오늘 일하고 품값 받아 오늘을 산다 하루살이 수백 마리 때지어 하루를 즐긴다 그들끼리 데이트도 사랑도 겪을 것 다 하고 하루를 꽉 채운다 노점상의 삶이 그러하면 좋을 걸 잘 팔리는 날은 겨우 몇 날 하루 벌이 시원찮아 대문 두드리기 민망하다 가장이라는 대들보가 별다른 재주 없어 노점상으로 연명 하루살이처럼 빈틈없는 하루살이 못 되고 나는 배고픈 하루살이다

자작글-023 2023.11.08

노점상-1 목

노점상 1 목/호당/2023.11.8 섣달 대목 장날을 기다리듯 목 좋은 곳에 노점을 펼친다 목 좋은 곳은 발걸음 소리가 잦아 매산고를 올리는 길목이다 꿀벌 키우는 사람은 꽃 찾아 자리를 옮기는 것도 목을 찾는 일 노점상은 내 목을 말뚝 박는 자리 불문율이다 아무도 그 자리는 넘보지 않는다 포수는 몰이꾼을 풀어놓고 목을 지킨다 노점상의 목은 잘 팔릴 것이라는 예감의 장소다

자작글-023 2023.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