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417

같이 웃음 나누자

같이 웃음 나누자/호당/ 2023.8.26 같은 교문 드나들 때는 그냥 슬쩍 지나쳐도 얼굴 깊이 각인되는 나이였지 교문 떠나 더 그리워지는 것은 지는 햇볕에 샛강이 반짝반짝하고 은피라미 펄쩍펄쩍 뛰는 그런 아름다운 흐름 때문 아니겠나 동으로 서로 외국으로 낯선 바람 쐬어 가슴에 쌓을수록 더 익어갔지 백수의 머리카락이 아름다워질수록 보폭이 좁아지고 있잖아 만남이 시시하다 말라 미운 얼굴에 꽃망울 터지겠다 지나간 것은 모두 그리움이요 만나 악수만 해도 묵시록 해독할 수 있잖아 비틀거리는 몸짓으로 껄껄 웃음 함께 할수록 정다워지는 나이잖니 만나자 웃자

자작글-023 2023.08.26

떡갈나무

떡갈나무 /호당/2023.8..25 근린공원에서 떡갈나무 이파리를 바라보면 가슴 넓어져 푸른 기 펼치는 듯 착각이라도 좋았다 늦가을 그 밑은 온통 굴밤 껍데기만 더 빠른 자의 낙수는 있었다 3톨 우리 아파트 소나무 그룹 공간에 심었다 봄을 불끈 치밀어 팔랑거리며 인사한다 그래그래 새 생명으로 태어 났어 김매고 북돋우고 다독여 주었지 오면 가면서 인사하듯 확인했다 거름 한 줌 주어야 한다는 생각만 하다 오늘 확인하니 흔적조차 없다 생명 하나 갔다 맘 쓰리다 용서를 빈다 이 나이 큰 나무 되어 굴밤 뚝뚝 떨굴 허공에 꿈 잡는 짓 그땐 나는 없지만 커가는 모습 지켜보고 싶었는데

자작글-023 2023.08.25

서당 개 삼 년

서당 개 삼 년/호당/ 2023.8.24 내가 좋아하는 서당은 (2011.4.27) 십여 년을 넘겼지 지금 자음 모음의 풍월 읊는데 어눌하지만 그런대로 넘어간다 선생 빠남 풍 風에 헛바람이 훑었거나 서당 개에 청맹과니가 붙었거나 한쪽일 것이다 답답한 맘 옜다 한창 유행하는 트로트 청등산 박달재를 아니 시원시원 잘도 넘어간다 그거야 풍월만 읊을쏜가 박달재 쉽게 넘으면 좋았어 박달재 넘으려 서당 찾는 당신이 대견해 못난 빠남 풍아

자작글-023 2023.08.24

기다림

기다림 /호당/ 2023.8.22 반월당 지하 넓은 광장 젊은이 늙은이 모여드는 곳에 스마트폰 톡톡 늙은 황새 긴 목 더 늘여 멀리 바라본다 아직도 기다림이 있다는 것 상대가 누구든 만남은 삶의 활기가 펄럭거린다는 것 우리의 만남 반월당 지하에서 모의하며 지린내 확확 풍긴들 아무도 찡그리지 않는다 꽃은 자기들끼리 향기 뿌리면서 모르는 것처럼 진하게 달인 소머리국밥 구수한 맛에 주름살 하나 더 펴고 검버섯 하나둘 지운다 기다림의 끝머리 참나무 등걸에 표고버섯 봉긋봉긋 솟아 받침 떨어진 낱말 풀풀 뿌린다

자작글-023 2023.08.23

정신병 하나

정신병 하나/호당/ 2023.8.23 지병 몇 개씩 친구삼아 비틀비틀하면서 턱밑까지 왔다 어는 상가에서 동기를 만났다 반가운 듯 악수하고 태연한 듯 다른 테이블에 앉아 저 친구 김ㅇㅇ더라. 이름을 잊고 어느 밤 천장만 바라보다 문득 중앙 연수 기간 한방에서 지낸 그자의 얼굴이 떠올라 영상은 웃고 자막은 언뜻 지나간다 명사가 영상으로만 뜰 때 변사 없는 무성영화 한 편 그 나이에 갖는 정신병 하나 늙어 치를 통과의례다

자작글-023 2023.08.23

맏이

맏이 /호당/ 2023.8.22 지병 한두 개는 갖고 비틀비틀할 나이 맏이가 보내는 밧줄 슬며시 감는다 내가 좋아하는 국수 내자의 지병으로 오늘 한 끼 국수란 말 꺼낼 수 없지 한여름 시원한 콩국수를 끓여왔다 갖은 반찬 국 과일을 콩국수 한 상 침샘은 튀김기름 바글바글 끓듯 한다 맏이야 우리 내외는 너희 짐이다 마음만 짐 되지 않으려 하나 늙어 병드니 내 행복은 삼형제에서 발신한다 염치없이 냉큼냉큼 수신만 한다

자작글-023 2023.08.22

주정 酒酊

주정 酒酊/호당/ 2023.8.22 세상이 흔들흔들 전신주가 비틀비틀 이건 주정은 아나야 세이커 춤에 흥겨워하는 몸짓 나는 꼿꼿하다 간땡이 부어올라 감히 그녀 근처 맴돌기만 했지 오늘은 그녀에 다가가 마음 털어 보이고 싶다 내가 오늘같이 우쭐우쭐한 데 용기 없는 졸보라 시비 걸어 온 자에 그 흔한 캭 한 잔으로 입 비뚤어지게 했으면 덮을 걸 내 몸은 부풀어 주향에 흠흠 주정은 못된 술버릇이다 용기 중천한데 그녀에 무릎 꿇어볼까

자작글-023 2023.08.22

올챙이국수

올챙이국수/호당/ 2023.8.20 쌀이 주식으로 앉자 옥수수는 귀한 대접 받는다 아무나 받는 것 아냐 바가지 엉금엉금한 구멍을 빠져나와 빙하의 계곡을 거치는 동안 몸은 응고하는 듯 그만 가라앉는다 이대로 머무를 수 없지 표창 表彰 맞듯 고명을 맞아 또 한국의 품성이 베인 조선간장이 도와 올챙이는 꼬리 세워 뛸 준비한다 드디어 세인의 입에 회자 膾炙하는 올챙이국수 세상을 한 번 깜짝할 수 있다

자작글-023 2023.08.20

독수리 약국

독수리 약국/호당/ 2023.9.20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독수리약국이 있다 겉 늙은이가 쭈뼛쭈뼛하다 용기 내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밤에 좋은 약 있어요 독수리 약사는 매의 눈으로 알아차려 그런 약은 여긴 없다고 귓속말로 소곤소곤한다 흰 가운을 입으면 독수리도 천사처럼 보인다 밤엔 발정 난 암캐처럼 옥시토신을 막 흘려보내지 자신을 위한 신명 나게 발정제를 조제해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로 어르고 달래도 일어서지 않은 배우자를 새워 밤마다 하늘을 둥둥 휘젓는 괴성 낮엔 독수리 눈빛으로 흰 가운에 가린 천사가 된다 귓속말에 홀린 중 늙은이들 줄을 잇고

자작글-023 2023.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