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417

폭염에

폭염에 /호당/ 2023.8.7 지구가 크게 화를 내는 중이다 그 등을 밟고 살아야 할 인간들 몽땅 받아 땀 뻘뻘 내 몰골이 석벽에 뿌리박은 부처손 같다 내 방구석 피서는 하안거든 피정이든 많은 고통 속에 마음 닦으리라 집콕 거실을 왔다 갔다 책장 넘기다 덮다 컴 자판기 조작하여 가상 세계를 팝콘이 톡톡 튄다 찬 바람맞아 오싹해진다 이건 마음 식혀 편해지자는 것뿐 여름휴가니 피서니 듣기 좋은 말은 귀 밖의 소리 집콕 선풍기 에어컨이 폭염과 맞서 리모컨을 움켜쥔다

자작글-023 2023.08.07

8월의 여인

8월의 여인/호당/ 2023.8.1 칠월의 가마솥에 데이고도 끄떡없던 성깔머리 칼칼한 여인 한증막 같은 폭염에 축 처진 호박잎이었으나 자고 일어나면 팔팔하다 자식새끼 같은 푸른 것들 열대야 맞든 폭우를 맞든 사랑은 삶기지 않아 *벨벳 거미 정신의 여인이다 덥다 덥다 땀 흘릴수록 검 칙칙해져 가는 푸른 기운 받을수록 8월의 여인은 기세등등하다 *모성애가 강한 거미

자작글-023 2023.08.02

불면증

불면증/호당/ 2023.8.1 가로등은 밤을 지키다 깜박깜박 졸 때가 있다 야행성인걸 올 뺌처럼 눈이 초롱초롱 꿰뚫어야 살아남는다 소등은 불면을 지울 수 있는 수단인데 우유 한 컵 마시고 안대 쓰고 하늘 천 따지 천자문을 읽는 중 서리로 이슬로 한가지동 옹가지동 헛갈리는 사이 하이힐 소리 또각또각 뻐꾹새는 시간마다 깨우고 귀가 맑아질수록 눈망울 말똥말똥 고기는 눈 뜨고 잠들고 나는 눈감고 불면이 콧구멍을 들락날락한다

자작글-023 2023.07.31

가로등

가로등/호당. 2023.7.31 캄캄한 거리에 늦게야 가로등을 밝힌다 근처는 불나방 달려들어 헤딩한다 꽃같은 붉은 얼굴에 홀려 무가내 無可奈로 돌진한다 매혹적인 옥시토신 oxytocin 흘려 페닐에틸아민 phenyl ethylamine 쏟아 발광한다 엇갈린 투명한 유리 벽이 운명의 장난을 가로막는 줄 모른다 늦게야 깨달은 적 초승달은 지고 말았다 오늘이 어제를 생각하지 않고 내일이 오늘을 모르는 것처럼 그냥 불나방 사춘기처럼 통과 의례쯤으로 생각한다

자작글-023 2023.07.30

앞만 보고 직선 코스를

앞만 보고 직선 코스를 /호당/ 2023.7.30 출발선에 서면 경쟁심이 없다면 아예 서지를 말라 직업 선상에서 앞만 보고 달린 자 우둔하거나 명석한 자 바보 아니면 천재 군대 졸병들 요령이란 말이 회자한다 그 요령 몰라 그냥 그물망을 빠져나왔다 그 직종에서 시험제도는 내겐 당선한 복권 한 장 한 계단 오르고 마지막 계단은 죽을 둥 살 둥 달렸다 마지막 레이스 지름길이나 아스팔트길 네온사인도 반짝거린다 제 발등만 보고 달린다 양귀비꽃 손짓에 홀리지 않는 것 얼마나 다행인가

자작글-023 2023.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