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417

난수표 한 장

난수표 한 장 /호당/ 2023.8.17 지하나 음지에서 받아 읽는 난수표 말고 능수능란한 시인들의 시는 난수표 같다 해독하려면 소용돌이 뱅글뱅글 돌다 정신 번쩍 헤쳐 나오면 난수표는 갈가리 찢어지고 이걸 주워 모아 맞추고 덧니 대고 내 멋대로 풀이한다 그냥 쉽게 넘는 고개는 아무나 할 일 적어도 긴장하고 땀깨나 흘려야지 우울한 시대에 시인의 난수표 한 장 이걸 해독해 내는 독자들은 청량제가 되지 않을까

자작글-023 2023.08.17

술도가

술도가/호당/ 2023.8.16 초등학교 다닐 때 보릿고개는 배고프고 서럽던 고개 술도가를 지나면 막걸리 냄새 킁킁 거릴수록 배는 홀쭉해지고 동네 어른 장작 한 짐 술도가에 부려 놓고 *술지게미 덤으로 받아 오는 날은 싱글벙글 배고픔도 잠시 잊고 술도가 아들 막걸리 힘 순사도 입 다물고 모른 척 온 장판을 막걸리 빗자루로 쓸어버려도 아무도 대드는 이 없다 장례 혼례 치르면 용케 알아 술통 굴러가지 않으면 어김없이 술**까디비로 온다 온 동네 비상 술 옹가지 콩밭 밀밭에 숨기고 덩달아 독수리에 채이지 않으려 병아리 암탉 콕콕 술도가 위세는 탁주 도수만큼 독점 지금은 유머 한 토막 *막걸리를 거르고 남은 찌꺼기 **뒤집다. 경상도 사투리. 헤집다

자작글-023 2023.08.16

가벼워 진다

가벼워지다/호당/ 2023.8.15 고산준령의 고사목이 더는 생략할 수 없어 마른 몸으로 서 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버틸 것인데 풍파에 견뎌 내면 사리 몇 개 품을 수 있겠다 고산준령에 올라 보니 입만 살아 숨을 쉰다 하여 오만한 생각 하나 귀 멀어 뼈마디 바람 새어나 나간다 비워내는 중이니 가벼워진다 고사목이 가까이서 멀었어 더 비워내라 다그친다 사리 하나 품겠다는 가당찮은 생각마저 버리라 한다 가벼워질수록 강년 康寧이란 놈이 헛기침한다

자작글-023 2023.08.15

안구 건조증

안구 건조증-1/호당/ 2023.8.14 눈알이 먹먹해진다 이건 내 맘이 말라 간다는 징조다 시를 쓴다고 겁 없이 *나부랭이를 쏟는다 건조한 시 상상화는 지하에서 은유의 꽃은 피려다 된서리에 주저앉고 코끼리는 불러도 오지 않고 상투어만 그럴 듯 널어놓고 눈이 마르면 마음이 말라 백지에 깔아놓은 문장 무의미한 햇볕에 바싹바싹한 가랑잎 같은 문장 시급히 처방한다 남의 논물 끌어다 마른 자기 논에 감정이 메마른 삭정이 안구건조증을 앓고 있다 *종이나 헝겊 따위의 자질구레한 오라기. 어떤 부류의 사람이나 물건을 낮잡아 이른 말

자작글-023 2023.08.14

화요일

화요일/호당/ 2023.8.8 조용히 시냇물처럼 흐르면 평온하다 가끔 물수제비 뜨는 날은 물은 피멍이 심하다 월,화요일 문맹자와 함께하는 문맹자가 되는 날 모음 자음을 꿰찬 버들이 발작하자 모두 우르르 몰려 어깨 토닥토닥 주무르고 거짓말하듯 문맹을 돌돌 굴려 괜찮다 손을 젓는다 다급한 벨 소리 회원 모 씨의 고인 소식을 연락 대신 회원에 통고를 부탁 오후 처방전 받으려 갔다 의사를 대할 때마다 찬바람 분다 허리 굽실 바람에 눕는 보리밭의 예의처럼 또 벨이 울린다 자기가 주동하여 조화 몫을 흩어 놓고 지금 망자에 조화 보내자는 거꾸로 흐르는 순리 화요일 물수제비를 여러 번 뜬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에 피멍이 심하다

자작글-023 2023.08.13

단일 민족

단일 민족 /호당/ 2023.8.12 단일민족이란 말이 유모로 들린다 세계화 시대인데 한국의 Dna는 우생종 모델에 손색없는 길쭉한 하얀 다리 늘씬한 몸매 매력이 찰찰찰 우생 Dna에 삽목 아무것이든 접붙이면 한국인은 더 세련된다 한글이 세계를 떨친다 부유하고 아를다운 강물에 다양한 어류가 손잡는다 외국 미녀들 몰려온다 살기 좋은 주거문화 치안 등 경제 부국인데 더 맑은 처녀 물고기 들어온다

자작글-023 2023.08.12

운동장을 걷다

운동장을 걷는다/호당/ 2023.8.10 동평초등학교 운동장을 걷기 하는 40대로 보이는 부부를 본다 바쁜 것 없지 안단테 andante 또는 아다지오 adagio 걸음으로 나지막한 대화 마음과 마음 드러내 알콩달콩한 사랑을 깔아 놓는다 톱니바퀴 맞물려 윤활유 없이도 소리 없이 미끄러지듯 돈다 연못을 원앙 한 쌍이 팔짱 끼고 세상을 관조하면서 빙빙 돈다 천생배필 사랑을 먹고 먹이고 느릿느릿 도는 40대로 보이는 부부 한 쌍

자작글-023 2023.08.11

조문하다

弔問하다/호당/ 2023.8.9 90 노인 한여름에 봄철 옷 정장하고 조문한다 영정을 바라보니 가슴이 울먹울먹 더 버틸 수 없어 배례했다 비틀거리는 몸통 부추겨 주는 배려 이건 그 가정의 가풍 동기라는 인연뿐 아닌 30여 년 쌓은 정분이다 해외로 국내로 망자의 내외 인간을 끄는 힘이 남달랐다 한발 먼저 갔을 뿐 남은 또래 아침 이슬 간당간당 매달려 바람맞지 않으려 눈알 굴린다 평소 닦은 인덕을 조화 수로 가름한다면 가슴 오그라진다 조문한 내 뒤 퉁에 가풍이 불어 감는다

자작글-023 2023.08.10

교권이 무너지다

교권이 무너지다/호당/ 2023.8.10 교편을 들고 아동을 향하면 거기 아동학대란 법전이 솥뚜껑 덮어버린다 양 떼 몰려면 채찍 놓아라 말로 행동으로 몰라 이탈하거나 딴눈 살피거나 꽁무니에 있던 훈계 하려다 올가미에 걸린다 아들이든 딸이든 하나 누가 감히 내 아이에 큰 소리 질러 군사부일체 호랑이 담배 피운다 그런 유모는 유모도 아니다 매일 학부모 전화 받고 예 예 굽실굽실.

자작글-023 2023.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