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417

갈매나무

갈매나무.호당/ 2023.6.27 유명 시인에 쓰인 갈매나무 호기심으로 찾아보나 못 보고 인터넷으로 확인했다 미끈하고 특출한 나무는 아니다 메마른 땅을 싫어한다니 동물이든 식물이든 풍성하고 양지 진 곳 좋아하지 재목감은 못 되고 땔감 정도 식물 중 한 종을 차지하고 흔치 않아서 희귀종이란다 못났든 잘났든 희귀하면 주목받는다 나는 특출도 더더욱 희귀도 아닌 그저 대중 속에 들어가면 존재감도 사라진다 다해질 삶이 우뚝하면 뭣하랴 대중 속에 함께하면 족한걸

자작글-023 2023.06.28

잘못 전달한 택배

잘못 전달 택배/호당/ 2023.6.24 바삭거리는 하루일지라도 출렁다리 걸으면 스릴이 난다 잘못 전달한 택배 쿠팡 배달 아저씨 다시 찾으러 와서 정중한 인사 이건 상투어보다 더 신선한 어구로 느낀다 멧새는 저물어 돌아갈 때 잘못 찾는 둥지는 없을 텐데 내문 앞 택배는 내 것이 아니다 ATM 앞 뜨거운 햇볕 이고 줄을 서는 것은 상투어 같지만 그 옆 그늘에서 대기한다 나는 폭염을 지고 그 앞에 선다 문이 열리자 손짓으로 먼저 들어가라는 신호 감동이 출렁거린다 나도 그늘에서 기다린다 아주머니가 ATM 앞에 서는 것 정석이란 듯 당당하게 나를 보고 들어가서 무려 15여 분을 지난다 내 시간을 차압당한 느낌이다 이건 잘못 전한 택배보다 기분이 꾸리다

자작글-023 2023.06.26

시인의 시사랑

시인의 시사랑/호당/ 2023.6.22 내 주위서 서성이거나 캄캄한 밤 멀리서 불 방울 떨치거나 언제나 내 곁에서 옆구리 쿡쿡 찔러 그녀는 내게 다가온다 어느 후미진 산모퉁이 또는 허공에서 유영하는 시의 혼을 나비처럼 후각을 촉발해 너를 찾아내고 만다 어쩔 수 없어 파란 눈빛으로 내 가슴에 안긴다 가슴에 머문 사랑 한 움큼 바람에 날리거나 기상도에 싣거나 한 줌 씨앗처럼 논밭에 내려 안착할 때까지 맘졸인다 너는 나를 깨우고 옥시토신을 날려 가슴 깊은 시의 우물을 찰랑거리게 하는 시 사랑하나 시인의 덕목이다

자작글-023 2023.06.22

사랑법-1 속앓이

사랑법.-`1-속앓이- /호당/ 2023.6.20 밤마다 동네방네 돌아다니는 총각 수게 암게 쫓듯 몇 바퀴 돌아도 소득 없는 맴돌기 풍뎅이 목 한 쪽 벙향 비틀어 맨땅에 놓아봐 하늘 쳐다보고 납작하게 누워 뱅그르르 수컷이 보고도 감히 달려들지 않지 속으로만 끓어 뱅글뱅글 마음 한 폭 자리 잡고 있어 맘만 뱅뱅 도는 속앓이 감히 입 밖 뱉어 내지 못하는 사랑한다 이 한마디

자작글-023 2023.06.20

우리 집 벽시계

우리 집 벽시계 /호당/ 2023.6.19거실을 지킨 지 근 20여 년갈수록 태업한다그때마다 달래려 달콤한 단백질 꼬치를 갈아주면얼마간 정색한다아랫마을 그네 뛰는 춘향이치맛바람은 단 10분도 못가지쳐 멈춘다윗마을 사내 단물 빨아대며가슴 벌렁거린다한편목 돌린 풍뎅이 딱 벌려 누워뱅글뱅글 뱅그르르이걸 보고 요기 일어나긴 담뱃대 주춤주춤송이버섯 시간을 두고 내밀고이 짓거리도 날이 갈수록 근력이 보채 늦어진다행위는 잊지 않지만그 꼴보다 노선버스 놓치기 십상이다꼬치 하나 갈아주어야겠다

자작글-023 2023.06.19

억 억 시대

억 억 시대 /호당/ 2023.6.18 흑판을 배경하고 같이 출발한다 누구는 집이 몇몇 채 누구는 땅이 몇천 평 지금은 억 억 떵떵거립니다 뒤끝에서 아등바등 달린다 야! 달려 달려 응원같이 들리지 않아 스파이크가 달린 *펌프스 신발 신고 나는 맨발 부모 손잡고 정사각형 테두리만 맴돌고 울타리 넘어 벌판을 달리잖아 캭! 소리 내고 세종대왕 알현하고 혁대 길게 늘어뜨리고 이런 재주 있나 융통성 없는 직선만 간다 옹졸한 바구니엔 억 억 소리만 담고 억장이 무너진다 괜찮아 삼시 세끼 상차림 푸짐해 *1892년 영국 볼턴에서 육상선수 윌리엄 포터가 신은 달리기용 스파이크가 달린 신발 .

자작글-023 2023.06.18

유치원이 알뜰장을 열다

유치원이 알뜰장을 열다/호당/ 2023.6.16 유치원과 붙은 동천공원에서 알뜰장이 펼친다 와글와글 시끌벅적 원생과 학모들 수수한 상품들 떠돌이 구름 이곳에 잠시 감도는 듯 야윈 구름의 귓불에 삶의 고달픔이 붙어 시들시들하다 이 틈바구니에 늙은 노새 한 마리가 걷기 부끄러워 딸랑 방울 거머쥐고 고개 숙여 빠져나온다 알뜰 길바닥에 동심이 들끓은들 알뜰한 마음이 잡은 손 놓지 않아 배고픈 상인들 알뜰에 속 끓인다

자작글-023 2023.06.17

만남이 시시해진다

만남이 시시해진다-구심회 모임- /호당/2023.6.15 오래 밝힌 램프의 불빛이 흐리다가 깜박깜박 꺼졌다 켜졌다 할 나이 수컷의 만남이 모내기 포기한 마른논 걸으며 만남이 시시해지는 푸석한 낯빛 하나 호박벌이 호박꽃밭에서 게이트볼 스틱 딱! 딱! 휘두르는 요기 저무는 수컷끼리 만남이 시시해한다 만남의 의미를 잃었거나 몰라서이다 예년은 팔월이 방학인데 올해는 조기 방학 7월부터 마음은 콩밭에 뒹굴고 싶은 걸 그래 쉬자, 팔월도 그 심정 알겠다

자작글-023 2023.06.16

요양병원

요양병원 /호당/ 2023.6.14 무릎관절은 직립의 인간을 지탱하다 툭 부러지면 인생이 무너진다 요양병원 복된 빛 받아 시든 잎이 살아 피어나야 할 곳 어쩐지 생의 마지막 코스를 휠체어로 주유한다 생각 든다 그는 요양의 빛 받아 혈색이 배일성이 되어 간다 오늘 복된 날이 문득 다가올 미래가 요양이라는 요염한 아가씨가 어서 오라는 소리가 산골짜기를 메아리치는 듯 울림이 들리는 듯 네가 먼저 체험하고 있다 그 병원에서 삶을 요양 잘하여 끝매듭에 붉은 꽃 하나 피워낼 것으로 믿는다

자작글-023 2023.06.15

카스트라토 castrato

카스트라토 castrato /호당/ 2023.6.14 분장을 남성 여성 반쪽씩하고 양성의 음역을 드나들어 어리둥절해진다 트로트 경연 때 일인이역 양성을 교대로 드나든다 마음만 먹으면 *카스트라토 음색을 천연스럽게 피워낸다 육지만 살 필요 없는 양서류의 삶이 얼마나 편한가 중세기는 통했다 남성이 카스트라토 역을 갖는다는 융숭한 대접 현대는 남녀평등 일인이역의 음역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자여 성전환 안 해도 얼마나 감쪽같은가 *女聲(여자의 목소리)의 음역을 가진 남성 가수

자작글-023 2023.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