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417

동천공원

동천공원 /호당/ 2023.7.5 20여 년을 같은 옷을 입혔으니 너절너절 싫증도 나겠다 묵은 옷 벗어버리고 새 옷 갈아입었지 단장하고 화장한 새아씨같이 예쁘다 봄나들이하려 립스틱 짙게 하고 벚꽃 머리에 꽂고 사뿐히 걷는 그녀를 보라 경계선을 넘을 듯 주름살들 우르르 몰려와 침 흘린다 받침 없는 낱말은 찬사 땟물 벗으면 사랑받는다 우리는 땟물 벗기는 틀렸어 자주 와서 치맛바람 쐬면 생기 돋겠다

자작글-023 2023.07.05

어긋난 약속

어긋난 약속 /호당/ 시간을 지키겠다는 마음이 시계 같다 배꼽시계는 30분 앞서 돈다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아 스마트폰 벨을 10여 번 툭툭 수신 불능 메아리는 단절한 마음이다 그는 무작정 이 근처라 생각하고 뱅뱅 돌기만 했다 한다 벨 칠 줄 받을 줄 몰랐던가 어긋난 장소와 시각 너와 나 사이 문명과 미개의 시곗바늘이 교차한들 미지는 용불용의 차이다 배꼽시계는 1시간을 정지하고 덤으로 30분만 기다려 보자 드디어 벨이 울린다 단절할 뻔한 맘이 이어젔다 내 약속 시간은 기다릴 시간을 포함하지 않았다 나의 기다림은 내가 한 일을 전가할 수 없다

자작글-023 2023.07.02

우리는 함께 한 테이블에 앉았다

우리 함께 한 테이블에 앉았다/호당/ 2023.7.1 흐릿한 눈빛으로 고주파 안테나 세울 나이 아직 지치지 않아 한 테이블에 앉아 껄껄거릴 여유는 있다 샛강에 노을 받아 은어 푸른 뱃살 번득이는 것을 보고 손뼉 치자 태풍 맞거나 한파 맞거나 이건 삶에 길들인 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넘긴다 어느 못이든 누수는 자연현상 틀어막으며 견디는 것 들숨과 날숨 맥박이 뛰는 일에 경배하지 않으리오 머리칼이 백색으로 주름살에 이끼 돋고 검버섯 피워내는 일은 비옥한 토양으로 바꾸는 일이다 한 테이블에 앉아 숟가락 달그락 소리 귀에 눈에 혀에 생기 돋는 일이다 내일 해님 돋을 것을 믿어 생기 틔는 이야기를 펼치자

자작글-023 2023.07.01

7월에

7월에 /호당/ 2023.7.1 일 년의 반환점에서 땀 뻘뻘 흘려야 할 계절 덥다 덥다 이 소리 듣고 곡식 무럭무럭 자란다오 청포도 익어 가면 멀리 가까이 있는 친구 불러 모아 가부좌 틀고 청포도 같은 우정 씹어 삼키리 칠석 七夕 같은 단 한 번만의 간절한 바램 하나씩 갖는다면 그까짓 덥다 덥다 구슬땀쯤이야 거뜬히 이겨 내고말고 모두 건강하고 살찐 7월 보내세요

자작글-023 2023.07.01

못 둑으로 물은 샌다

못 둑으로 물은 샌다/호당/ 2023.6.30 남모르게 못물은 줄어들고 정식 수문을 통한 물 검은 맘이 녹아 흐른다 겉으로 그럴듯한 명패 걸고 주민을 위한다는 명분이 수문을 통과한 물 엉뚱하게 뿌려 잡초를 키운다 저것 봐 세계인이 웃을 광우병 괴담 방송에서 나팔 불고 촛불 들어 검은 밤을 밝히는 일이 선동에 정신 빼앗기면 몽롱해진다 도깨비에 홀린 듯 최면에 걸리면 못물은 헛되이 흘려내려 엉뚱한 식물이 쑥쑥 자란다

자작글-023 2023.06.30

睿村 매밀 마을

睿村 매밀 마을/호당/ 2023.6.29 맛에 이끌린 길은 반들반들하다 좁은 골목 차를 몰아넣고 장대비를 맞아도 주차 공간이 대령해 싱글벙글 매밀 면을 육수에 잠겼다 건지면 침샘이 철철 넘친다 매밀 향 순둥이 촌 아가씨 모시 치마를 훑은 바람맞는 매력 깻잎 고추 피라미 등 튀김 바삭바삭 캄캄한 밤 그녀의 치마 벗는 소리 단번에 혀가 곤두선다 고기 떼 몰려드는 장소 좋아하는 낚시터 착한 가격에 양심이 달콤해 또 온다

자작글-023 2023.06.30

성장 격동기의 문장

성장 격동기의 문장/호당/ 2023.6.28 알 수 없는 옥시토신이 묻은 입술과 입술 사이로 연분홍 문장이 지나간다 이건 36.5도 초과 온도를 어딘가에 부려야 견딘다 또래는 적정 온도 유지 음이온에 차단기를 장착해 정상 혈압 깨알 쏟는 문장으로 사랑이란 낱말이 현현한다 갈구하다 폭식하거나 굶거나 비정상의 흡입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비상 출구 개패는 잠시 안정 암수컷 물오를 즈음 격동기 계단 없다면 캄캄한 골목길에 들개가 배설한 어설픈 문장이다

자작글-023 2023.06.28

애견을 데리고 나온 여학생

애견을 데리고 나온 여학생/호당/ 2023.6.27 동천공원을 쬔 햇볕은 따갑고 넓은 공간은 덧없음으로 가득한 마음이다 낯선 사람 만남과 스침은 언뜻 부는 바람과 같다 인간의 사유가 시rPt바늘과 같다 내 시곗바늘은 움직인다 농산물 몇 점 펼친 노점상은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동안 채소는 시들고 늙은 부부는 운동기구에 실려 놀다 간다 공원에 애견을 데리고 나온 여학생이 인형 같다 인형은 아름답다 그의 동선에 끌리자 덧없음으로 채운 공간이 산뜻해진다 d

자작글-023 2023.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