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417

시험 치르고 승진했다

시험 치르고 승진했다/호당/ 2023.6.13 시험 점수 높은 자가 잘 가르치고 깃대 잘 흔들어 이끌 거라는 아찔한 시책이 트로트 열풍 같은 때가 있었다 열풍에는 항상 애송이가 우세하다 노련한 봉우리에 앉아 기 꺾는다 더 보태 복수 깃봉 꽂는다 손뼉은 길게 치는 법이 드물다 짧은 박수 끝에 구린내가 난다 트로트는 유행이다 시험이 능사가 아니다 올바른 인성을 길러야지 박학다식한 덕망이 높은 거목 설 자리 찾는다 높은 점수가 유효할 때가 있다 입사 입시 고시 능력과 잠재력을 시험지로 가름한다면 불태워 버리라

자작글-023 2023.06.13

섭씨 30도

섭씨 30도/호당/ 2023.6.10 6월 초 지금은 녹는 시대 북극 얼음판이 빠르게 녹자 기압골이 출렁출렁 해수가 산을 쳐다보고 수은주가 밀어 올리자 혈압이 요동친다 동천공원 늙은 주름살이 혓바닥 내밀어 헉헉헉 그걸 못 참고 옆에 있는 느릅나무가 체온 내릴까 봐 그물망 총총 치고 푸른 눈망울 망 밖으로 쏟아붓는다 녹을수록 혈압이 상승하자 참을성 없는 마음들이 우르르 물가로 모여 바싹 달은 몸 녹여 내린다 지금은 녹을 철 아무나 먹어놓고 혈압 올린 자 알약 한 움큼 털어 넣고 조용히 녹아내리면 좋겠다

자작글-023 2023.06.10

꽃을 피우다

꽃을 피우다/호당/ 2023.6.10 어찌어찌하다 꽃을 피워 화분에 올렸다 바람 불거나 조금 목마르면 시든 꽃이 된다 꽃 피워내라 옆에서 쿡쿡 찌른다 멋도 모르고 피워낸 꽃이 색도 향기도 없는 촌티 좌르르 이것 아니데 그제야 알아 10년을 꽃밭 가꾸기에 힘썼다 막다른 골목이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지 색 밝고 향기 짙은 꽃 피워 낸 지금 더 짙은 향 피울 수 있는 여력 있다 좋은 바람 불어왔으면 한다

자작글-023 2023.06.10

대현 아연 탄광

대현 아연 탄광/호당/ 2023.6.9 태백에는 석탄이 대현에는 아연이 주가는 연일 상장칠 무렵 세끼 잇기 힘든 젊은 백수들 닿은 곳 탄광이나 광산 석탄가루 풀풀 날아 헹군 빨래 또 헹구지 않아도 좋은 대현 아연 광산으로 팔방에서 모여 들었다 깊고 깊은 막장 항상 아침밥은 마지막 밥상처럼 여긴다 딱박골 현장 사무소 있는 곳 번화한 골목엔 격양가 소리 끊이지 않았다 루핑집이 번쩍번쩍 빛나고 연탄이 그저 굴러왔지 서울내기 신랑 따라 유식한 부인들 자식 학교에 보내놓고 유식 도시락이 대현의 주가를 올렸지 구무소 새카만 소용돌이가 낙동강을 까맣게 한들 산업부흥에 기여한 탓으로 묵살했지 아연값 추풍낙엽 같아 그만 폐광하자 왕벌 없는 꿀벌 빨대 찾아가버린 뒤끝은 폐허가 기다린다 그로부터 50여 년 자연은 무심하다 ..

자작글-023 2023.06.09

서리 세대의 만남

서리 세대의 만남 //호당/ 2023.6.8 우린 서로 확인하려 삼겹살 굽는 테이블에 앉는다 지글지글 고소한 냄새는 백아기 공룡 발자국보다 깊다 콩서리 닭서리 하던 세대가 AI*시대를 건너는 지금 어눌한 언어를 풀풀 날려 함께 포갠들 갈비뼈 사이로 빗나간들 무간** 無間함이 행운이다 지금 이 시각이 고소하면 된다 같은 세대가 앞서간 이는? 휴게소에 들린 자는? 제일 후미로 달린 자의 희열이 불판에서 고소한 향기 즐긴다 90 嶺에서 서리 세대의 정담이 고소하다 * 인공지능, artiflcial-intelligence **서로 허물없는 가까운 사이

자작글-023 2023.06.09

이젠 두렵지 않다

이젠 두렵지 않다/호당/ 2023.6.7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순사(경찰 )가 온다고 하면 울던 아이 울음 딱 그치던 이젠 공원 비둘기 앞에 다가가도 오면 오라지 비켜 가겠지 버틴다 순사(경찰)가 칼을 차서 번쩍번쩍하면 놀랐던 비둘기 칼을 차든 몽둥이를 차든 알게 뭐람 미미한 개미 떼거리 뭉치면 한 덩어리 누가 함부로 대하는가 죽기로 살기로 달려들면 몽둥이 들었다간 이건 너무 과잉이야 경찰 대하기를 어린애 발등 때보다 가볍다

자작글-023 2023.06.07

시를 깨우다

시를 깨우다/호당/ 2023.6.6 시는 주로 자정에서 1시 사이 깨어난다 거의 메말라 눈 틀 가망 없는 시어들이 이 시각쯤 링거를 맞거나 최면제에서 깨어나면 눈을 비빈다 깨어난 시어들 두리번거리며 아직 덜 깬 듯 풋살구 같은 시어를 뽑아낸다 밤의 신들이 잘도 알아내어 뺨을 갈기며 익지 않은 시어를 나무란다 정신 번쩍 읽고 다듬고 아랫목에 두고 이불 씌워 숙성에 들어간다 재촉도 청탁도 받지 않은 것을 기어이 숙제하듯 한다 거의 빈사 상태인 시어를 깨워 밖으로 보내려는 마음 이건 걷보리 욕심이 아닌가

자작글-023 2023.06.06

스위치

스위치/인보/ 2023.6.5 스위치만 올리면 모든 욕망은 일방적으로 충족하는 그의 오만한 양기 나갔다 하면 일을 저지르고 치다꺼리는 나의 몫이다 두고 보자 버르장머리 고쳐야지 전원을 차단하든지 퓨즈를 아주 약한 것으로 교체하든지 스위치를 치워 버리던지 방법은 여러 가지 있다 오늘도 그이는 새벽에 들어왔다 스위치를 올려 스탠드를 꼽으려 한다 화가 치민 나는 충만한 밧테리를 마구 쏟아 내어 방전하듯 불꽃 튀기며 울부짖는다 서로 촉광을 높이자 과부하 된 것인지 퓨즈가 끊기자 어둠의 장막은 무의 상태로 돌리려는 수작 퓨즈를 잇고 스위치를 올리려 정전협정을 제의한다 결혼생활 30여 년 외도든 누전이든 방전이든 분명 정상으로 불 밝힌 것 얼마나 되나 스위치 관리권은 나가 갖기로 정전협정은 체결하기로 한다

자작글-023 2023.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