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417

한글

한글/인보/ 2023.5.18 컴퓨터 자판기를 터치할 때 세종대왕의 고마움에 경배한다 손에 익숙해지면 내비게이션보다 더 빠르게 터치 연주자가 건반 치면 음악이 나오듯 자판기를 치면 아름다운 문장이 쏟아낸다 쉽고 편리한 자음 모음 얼마나 빠른가 언문이니 통시 글이니 비하하던 선비들 한글의 광채를 보지 못 한 사대의 눈깔 자판기는 물론 펜으로 써 보아라 빠르고 세련된 미끈한 한글 세계인이 부러워한 우리말 우리 문자 한글

자작글-023 2023.05.18

친구를 만나고

친구를 만나고/인보/ 2023.5.14 우리는 꽃피워 떨어진 지 오래 세월 더는 피우지 못할 나이 인생 방파제는 허물어 누수를 막는 중 겨울 맞은 자작나무처럼 시리고 아린 바람 맞는다 썩지 않은 우정 하나 지닌 체 마지막 남은 이 강을 건너고 있어 뼈마디 시큰거려 뒤뚱하거나 누구의 도움 받아 하루를 견디거나 거기가 거기지만 無間한 우정은 거리가 없지 까만 머리 백수 되어 만난 친구 골판지 같은 얼굴 맞대어 진한 우정 끓었지 부디 섭생 잘하여 희한한 세상 건너자고 당부한다

자작글-023 2023.05.15

썩지 않은 맘-스마트폰-

썩지 않은 맘-스마트폰-/인보/ 2023.5.14 스마트폰 가게 눈 흘끔거린다 욕망을 슬쩍 보내는 짓이다 새것은 헌 것으로 되는 것 누가 거역하나 밖에서 느린 것은 안에서도 느리다 참고 기다리는 느긋함 60초 미만이면 볼 수 있다 썩지 않은 맘 썩어야 할 때가 좋다 보리 씨앗은 땅에서 썩어야 보리가 충실하다 살아생전 누려보고 지는 꽃이 더 오래 생생하게 보인다 생각하는 방법은 각각이다

자작글-023 2023.05.14

미미한 존재

미미한 존재/인보/ 2023.5.13 내 시는 태어날 때부터 미숙해 인큐베이터에서 자랐다 이것을 알아차린 것은 영산홍 만발할 계절 시림에 들어섰을 때다 같은 번지에서 밥벌이하다가 기수에 실패한 그가 시어의 번지 갈아타고 기수를 들고 내 뒤를 따르라는 듯 날카로운 쏘가리 같다 한방 쏘이면 아린 독에 한참은 혼미한다 명패 반납하고 그의 뒤를 섰을 때 시림에 내 번지를 한동안 부여하지 않는다 지독한 한기 품고 깃대까지 따르려 헉헉 호호 갖은 괴성이 쏟지만 멀어져가는 은유 내시는 풋내만 풍긴다 미미한 존재 우뚝할 때를 기다려 자신을 위로한다

자작글-023 2023.05.12

오늘이 선물이다

오늘이 선물이다/인보/ 2023.5.12살얼음판인 줄 모르고 간신히 건넜다그 너머 푸른 초원양들을 이끄는 일이 내일이다집착이 강해 채찍질이 선과 악에 맴돌며 괴로워하는 짓은 잊어 두기로 하자비틀거리는 몸통삐걱거리는 관절조심하고 다듬자제 발등 돌부리 차서 피탈 보는 일 없도록하루가 선물인 것을 감사하게 지낼 것이다하루살이처럼 알차게감사하는 마음 꽉 채워 맑은 강물로 흐르도록 욕심부린다

자작글-023 2023.05.12

바람

바람/인보/ 2023.5.11 볼 수 있는 것이 감쪽같이 감추려 자기를 정당화하는 가상화폐를 보게 되면 감 쪽은 떨어져 망신한다 보통 사람은 뭐가 뭔지 이런 것을 화폐라니 어리둥절해진다 볼 수 있는 바람은 어디 가든 흔적을 낸다 동적이다 바람은 정직하다 늦바람 피운 수캐는 잠시 감추는 듯 들켜 쇠고랑 차거나 지붕 날아가 풀풀 흩어진다 바람피워 좋은 일 보리는 웃고 인터넷을 타서 가상화폐에 바람 새어들면 표나게 드러나 폭락해 난처한 몸짓은 인간이 치른다 똥개를 보면 안다

자작글-023 2023.05.11

외설이라 말하지 말라

외설이라 말하지 말라/인보/ 2023.5.10 시림 속에 성큼 들어서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음흉한 골목을 발견하여 여기는 분명 내가 바라던 외설의 골목이라 믿는다 발을 옮기자 암고양이 발정 시기인 듯 으스름한 현관 앞에서 야웅야웅 그 메아리가 구슬프다 숫 음기에 목 타는 듯 발톱 세워 벽을 핥거나 긁는다 만물의 음양 이치를 누가 부정하는가 이것을 내 은유로 정하고 사림을 훑다가 음흉한 골목을 빠져나왔다 지금 내 문장에는 음양각을 느려 놓은 *클리쉐 cliche 이건 연습이야 외설이라 말하지 말라 이 어설픈 문장을 마무리하니 뒷말이 없다 *상투적인 문구

자작글-023 2023.05.10

편파성

편파성 /인보/ 2023..5.10 조금 외딴 곳 교통이 불편한 곳이지만 돈 안 드는 엄청 공짜가 많아 좋아한다 좀 벌어 놓은 이는 거들먹거리다가 어느 구름에 쌓여 사라진다 아니 부는 부를 빈은 빈을 더해 희한한 세상일을 겪는다 잘 쌓아 둔 석축을 허물고 꽉 잡은 손이 헐거워지자 유독 좌회전을 즐긴다 이건 분명 편파성이다 축대 허물고 고인 물 마구 흘려보내 바닥 드러난다 등고선이 높아져도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새 핸들 잡은 운전사 보고 돌을 던지는가 하면 눈총을 마구 쏘아댔다 이건 우회전이다 편파성이다 벌떼처럼 일어나 좌회전 우회전 직진

자작글-023 2023.05.10

비빔밥

비빔밥/인보/ 2023.5.9 헤어진 지 10여 년이 훌쩍 넘었다 또래와 같은 아파트에서 함께한 얼굴이다 오늘 만난 그 얼굴이 내 얼굴처럼 나이테가 많다 지팡이 가진 이나 맨몸인 자나 보폭이 좁고 느릿느릿 조심조심 때로는 뒤뚱뒤뚱 잎 마른 갈대 같다 비빔밥 잘 버무려야 맛이 난다 한쪽은 화가의 물감 한쪽은 시작 노트가 특유의 맛을 첨삭한다 노학 같은 늙은이 재능을 발휘한다 화폭을 전시하고 시집을 펴내고 강폭 넓혀 조용히 흐른다 비빔밥이 잘 버무려 고소한 것은 이정표가 같아 후학을 길러낸 밥그릇이 후덕하기 때문이다

자작글-023 2023.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