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봄바람//인보/ 2023.4.15 바람이 먼저 알아 아리고 찬 성깔 꼬리 감추자 보들보들한 아가씨 낯바닥 같은 바람 선명하게 드러낸 산의 골격을 이 계절부터 연녹색으로 불어 단장 해야지 연분홍 치마 팔랑거린다 가슴이 울렁울렁 바람도 살랑살랑 가슴 부풀어온다 바람이 바람 찾아 바람피우는 봄바람 자작글-023 2023.04.16
주간 보호사 주간 간호 보호사/인보/ 2023.4.14 장수가 미덕이지도 재앙이지도 않으면 주간 간호 보호사의 손 필요치 않지 그림자 떨쳐두고 들어간 곳 가장 즐겁다 느낄 때는 아침 해 뜨기 전 간호사의 미간이 조여들지 않는다 시간이 나를 칭칭 감아 들면 나를 잊고 아들딸을 잊어 소용돌이 맴돌다 스트라이크 공처럼 날아간다 세상은 그대로 무심한데 그는 이탈한다 간호사의 미간은 조였다 풀렸다 한다 장수의 재앙이 천천히 느리게 남모르게 오도록 지켜주는 주간 간호 보호사 자작글-023 2023.04.14
무릎 관절 무릎 관절 /인보/ 2023.4.12 평생을 관절의 놀림이 삶의 징표다 늙어 관절 과부하로 교체한 것이 얼마 못 가 작동 불능 그만 삶이 무너진다 부추길 자식들 멀리 있어 곁에 간병사가 받쳐준다 행동의 반경은 병상 올무*에 걸린 노루 헤쳐 나오려 발버둥 치지만 그런 힘조차 없어 가만히 기다린다 언제까지 기약 없이 관절의 광기는 대낮의 무지개 부러진 관절은 종언을 달구는 예열이다 마지막 하나 복을 빈다 *올가미 자작글-023 2023.04.13
꿈 꿈/인보/2023.4.12 정한 요일에 서로 손잡으면 뜨거워진다 알맞은 온도에 정신이 혼미하면 찌릿한 희열 여자 친구로 그 자리를 지키자는 약속을 세이커 춤이 아닌 지르박 왈츠 차차차 춤은 정한 규칙을 자주 반칙한다 반칙할수록 대담한 본성을 드러내 벽을 허물려 한다 뜨거워질수록 알코올을 붓고 밀착해 깃대를 세우려 한다 현란한 광채와 음향이 최고조로 격랑 하자 그만 매몰했다 어푸어푸 바닷물을 토해낸다 앗 일장춘몽 밝은 한낮 침대 혼자 멍하여 눈만 멀뚱거리는 수컷 하나 박차고 혈중농도 1,5 비틀비틀 버드나무 가지처럼 휘청거린다 자작글-023 2023.04.12
살아있음에 대하여 살아 있음에 대하여/인보/ 2023.4.9 같은 꽃병 속 더러는 말라 죽고 시들시들하고 간혹 멀쩡한 꽃이 있다 아침햇살 받는 것 오늘이 선물 같은 무리 불러내어 귀를 맞댄다 세파 용하게 해치느라 구멍마다 성한 곳 없지만 걸어 바깥바람 쐰다는 요행 콩 빻는 디딜방아 *돌확에서 멀쩡한 콩알 같은 생 디딜방아 아무리 찧어도 내일 아침이면 해님 맞는다 상처 입은 콩알 같은 생이 살아있다 * 화강석으로 움푹하게 파인 돌 “호박”경상도 사투리 A:link { text-decoration: none; } A:visited { text-decoration: none; } A:active { text-decoration: none; } 자작글-023 2023.04.10
개인정보 개인정보 /인보/ 2023.4.10 그때 대궐 같은 대문에 문패 번쩍거릴 때 참 부러워했지 지금보다 어두운 세상이라면 지금 너무 밝아 밝게 투시하면 내부를 훤히 드러낸다 해킹이란 도둑놈 갈고리를 밝게 투시하면 감쪽같이 털린다 개인정보 확인 동의서는 이래서 필요하다 길거리서 유혹하는 전단 표 같은 것에 쉽게 써주고 아차 내가 왜 이러지 후회 은행을 돌며 확인하는 갈대 같은 인간 쉽게 흔들거리지 말걸 자작글-023 2023.04.10
신록의 계절 신록의 계절/인보/ 2023.4.9 맹춘이 눈을 뜨자 사춘기 아가씨 연록치마가 아름답다 어름어름하지 말라 검 칙칙하게 되면 꽉 찬 자루처럼 더는 넘보지 못할 날이 온다 온 사람 너를 예쁘다 사랑스럽다고 한다 황금기다 도로를 달리거나 산을 오르거나 어디 간들 새 아가씨의 기운 휘감는다. 자작글-023 2023.04.09
공허한 마음 공허한 마음/인보/ 2023.4.8 오늘따라 텅 빈 동천동 공원 벤치는 나를 기다리지 않았지만 쉽게 궁둥이를 받쳐준다 파란 하늘에 공허한 사유 한 꾸러미 지닌 흰 구름 몇 점 다가오는 듯 사라진다 봄바람 불어주면 동무 삼아 쓰다듬을 텐데 신록이 재잘대며 푸름을 피운다 내겐 검버섯 활짝 펼쳐 포자 날렸으니 쓰러지지 않으려 벤치에서 마음 추스린다 비어있음에 대한 허전함이 짙게 깔린다 건널목을 일제히 건넌 젊은 궁둥이들 앞을 스쳐내 쓸쓸한 마른 잎 하나씩 쓸고 간다 빈 벤치 잠시나마 안락을 밀어 올려 고맙다 봄볕이 짙게 지문을 새겨 주어 위로가 된다 자작글-023 2023.04.08
차돌 차돌/인보/ 2023.4.6 윤기 반짝반짝한 차돌에 미세 구멍이 있다 야무지게 생겼네 빈틈없어 여간 꼬집어 봐도 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찬사는 겉핥기다 차돌에 바람 들면 쉽게 구멍이 뚫린다 특히 여인의 달콤한 말 앞뒤도 생각 없이 있는 그대로 믿어 털썩 바람을 통과시킨다 후에 아차 구덩이가 있어 혼자 앓는다 차돌에 바람이 세면 쉽게 허물어진다 자작글-023 2023.04.07
화색이 돈다 화색이 돈다/인보/ 2023.4.5 젊은이 일할 나이 빨대 뽑혀 위세 등등한 수탉 나래 꺾인 몰골 고개 푹 숙이고 배회하던 그가 가뭄에 숨소리 모래 씹는 듯 바삭바삭하다 완연히 다른 낯빛 화색이 돈다 빨대 꽂은 것 분명해 꾸러미 들고 환한 낯빛 대문 열고 들어가는 모습 당당해 보기 좋아 축복한다 자작글-023 2023.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