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417

꼬이면 꼬인대로

꼬이면 꼬인 대로/인보/ 2023.3.24 여기 벚꽃이 백색경보를 내린 듯 하얀 낯바닥 팔공산 벚꽃길에서 백색경보를 옹골지게 겪고 싶다 중간에 산중 곤드레 밥상으로 때우려 찾았으나 없다 지붕 위 가로지른 간판 MBC 방영 곤드레식당 그 위용은 없다 폐업은 꼬인 것 팔공산 벚꽃은 느긋하다 백색경보는 생각 중 다음 주를 어떨지 그때 보잔다 총총 식당 들렸다 나왔다 이건 맘과 맛의 꼬임이다 결국 집 근처 4시 무렵 점심인지 저녁인지 풀었다 날씨마저 배배 꼬여 춥다 꼬이면 꼬인 대로 쫓다가 가보라 풀릴지 강물이 꼬여 흐른다고 나무랄 일 아니지 순리를 거역 말라

자작글-023 2023.03.25

완숙한 사랑

완숙한 사랑 /인보/ 2023.3.24 사랑이 이글거릴 때야 마릴리 먼로가 치맛바람 펄럭이고 게리 쿠퍼가 말 타고 황야를 달리며 총질하는 색시와 남성미가 엉켜 불탈 때다 대장간 풀무질할 때의 불덩이였다가 풀무질 뜸해지고 나프타렌의 풍미는 휘발한다는 것을 알라 화롯불은 언제나 이글거리더냐 시간이 지날수록 잿불 속 불꽃 사랑의 완숙은 이때부터다 먼로는 36세로 마감했지만 그의 심벌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완숙한 사랑은 잿불속의 불꽃이다

자작글-023 2023.03.24

만남은 삶의 활력이다

만남은 삶의 활력이다/인보/ 2023.3.22 먹는다는 것 만난다는 것은 삶의 재생이 아닌 즐길 활력이다 같은 맛을 음미하며 연락처 등록 못 한다고 폰 맹을 드러냈다 해결해 주고 으쓱 기본은 알아야 한다는 말 그는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 막아 같은 필름 재생한다 자식과 재화의 이동 여러 번 재생은 자랑으로 변이한다 모 모임에서 같은 현상 처음 아무도 반응 없자 슬그머니 감추더니 그다음 모임에 혼자만의 감출 고통을 가히 마가톤급 폭발했다 얼마나 시원했겠나 검버섯들 모인다는 것은 재생이 아닌 삶을 즐기는 활력이 된다는 것이다

자작글-023 2023.03.24

꽃샘추위-2

꽃샘추위-2/인보/ 2023.3.21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나는 누구나 파헤쳐 들어오지 않은 원시의 울창한 숲이다 봄은 일찍 깨운다 거추장스러운 패딩 벗어 버리고 미끈한 흰 종아리 드러내 꽃을 피운다 우르르 한 패거리 중학생 남녀 꽃들 건널목을 건넌다 이걸 꽃샘추위라 하나 그래 좋아 한두 번 받아보지 않은 꽃 있더냐 통과의례인 걸 꽃샘 받아 활보하는 꽃들의 행렬에 희망의 꽃 풀풀 펼친다

자작글-023 2023.03.21

비정규직

비정규직/인보/ 2023.3.18 재고품만 늘어났지만 반면 일자리는 쌓인 눈처럼 녹아내린다 그처럼 그리움이 *아다지오 Adagio처럼 풀려나갔다가 드디어 라르고 **Largo 가 되어 여유로운 보폭으로 안도하는 마음으로 출근했다 컴퓨터 자판기랑 스마트폰 띄울 수 있는 재간 따위 여긴 필요 없거든 그냥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꾸벅꾸벅 감사하다는 맘으로 일하면 된다 바짝 경기 좋아 일손이 더 필요하거던 경기는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정리할 때가 왔다 가슴 졸이면서 꽃대만 꺾이지 않으면 좋겠다 비바체 ***Vivace로 연주해도 죽을 듯이 일할 테니 나 비정규직이야 나와 같은 비애는 중소기업 어디든 있다 *천천히 **폭넓은 속도로 *** 빠르게

자작글-023 2023.03.18

도서관 책들의 말

도서관 책들의 말/인보/ 2023.3.18 서가에 꽉꽉 반듯하게 비석처럼 서 있다 항상 같은 포즈로 있어 눈알 굴리면서 재발 한 번 호명 해달란다 저들끼리 비좁고 지루하다 소리는 일체 내지 않으면서 나도 거풍 쐬고 바깥 풍경 보고 싶단다 책갈피와 책갈피 성별이 달라 꽉 조여 서 있는 자세가 아무런 성정을 느끼지 않으며 속살이 각기 달라 서로 버티는 힘으로 친숙해진다 구세주여 당신이 나를 호명 했어 이제부터 내 속까지 환히 보여 충성할래요 거풍 이렇게 좋은걸 휴가 나온 장정처럼 마음 편하게 펼쳤다가 귀대할게요

자작글-023 2023.03.18

사랑에게-절연-

사랑에게 -절연- /인보/ 2023.3.17 708번 버스를 기다린다 앞 광장에서 감미로운 멜로디에 취한 군중 뱅글뱅글 우주가 돌아간다 정신이 혼미하다 그만 잃고 말았다 우당탕 꽝 섬광에 깨어났다 캄캄한 밤은 교신하기 딱 맞은 시간 한 점씩 톡톡 딩동 모르스 Morse 부호가 아니다 활자 문자 전파 탔다는 딩동 신호 밤중 반딧불은 눈에 잘 띈다 도둑고양이 밤눈 어둡다 몰래 한 사랑은 꼬리 밟히기 마련이다 708번 버스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오지 않은 사랑의 기다림은 망상이다

자작글-023 2023.03.17

노점상 할매

노점상 할매/인보/ 2023.3.16 찬바람이 아리다 부실한 방한 옷차림한 할매 농산물 몇 점 펼쳐 놓고 파 뿌리 하얗게 다듬고 있다 오가는 사람 구름 지나가듯 무심한 듯 사고 싶은 사람 사고 종일 좌 불이 된다 용변은 점심은 처리하는지 거품 같은 마음 펼쳐본다 오금 시려 모른 척 추적추적 걷는다 그들 하루는 처절한 전투 같을 것이다 전투를 치른 하루 집에서는 상 대접 받을 거로 생각한다 손자 용돈 학비 결국 자기 노릇 다하려는 하루의 결투다 나는 내 노릇 다하려 어떤 짓을 하는가

자작글-023 2023.03.16

꽃샘추위

꽃샘추위/인보/ 2023.3.15 경칩 지날 무렵 섭씨 23도 패딩 벗어 던지고 땀 흘린다 봄을 건너뛰고 여름이 슬쩍 날갯짓했나 앞으로 6개월을 화로를 안고 지내야 하나 에어컨을 쳐다본다 산불을 잠재울 비 반갑다 아니 기온이 뚝 패딩을 찾아오란다 앙칼진 시샘은 통과의례 매화 산수유꽃 시샘 당할수록 더 예뻐 보인다 덜덜덜 봄 아가씨 감기 걸릴라 몸조심하시라

자작글-023 2023.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