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세마리 참새 세 마리 /인보/ 2023.3.1 동천동 인문학 거리 흔들이 의자에 참새처럼 앙증맞은 초등여학생 셋 찰싹 붙어 흔들이 의자 흔들흔들은 시시해 스마트폰을 톡톡 게임에 맘은 벌써 팝콘이 되어 튄다 추위가 찬 바늘 콕콕 찌른들 무시한다 때 묻지 않은 귀여운 셋 사랑 덩이 풍요와 인터넷 시대를 잘 타고난 참새 세 마리 미증유 *未曾有의 시대가 닥칠 것이다 * 지금까지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음 자작글-023 2023.03.02
나이트 클럽 나이트클럽/인보/ 2023.3.1 밤의 광기가 꿈틀거릴 때는 벼 한창 자라는 무논 개구리 개골개골할 때 한 무리 중 내 맘에 불 질러 타는 듯 타지 않다가 그만 호기심에 불붙었다 뒤꽁무니 따르는 꼬리에는 쭈뼛쭈뼛한 촌닭 볏 같다 눈이 휘둘릴 불빛도 광기 부려 뱅글뱅글 좌석도 무대도 밀림지대 발광 나는 은빛 갈치처럼 제멋대로 몸을 꼬고 흔들고 이건 셰이커 shake 춤이다 무대 광기들에 묻히면 촌닭 티 나지 않아 좋고 셰이커 춤은 방식이 없어 좋다 밤을 즐기는 나이트클럽에 셰이커 춤으로 지새우는 나사 풀린 족속들의 광기다 자작글-023 2023.03.01
보청기-1 보청기-1/인보/ 2023.2.27 앞산 꼭대기를 바라보며 그녀가 부르는 노랫소리 들으려 한다 계절은 다시 돌아오고 철새는 다시 찾아든다 고운 목소리 쟁쟁한데 타들어 가는 소리에 소나기 한마당 간절하다 돌아오라 돌아오라 지르다 지르다 태산준령 계곡을 깨우는 메아리가 귀를 꼬드긴다 귀청에 갇힌 그녀가 부르는 소리 쟁쟁한 소리 깨우는 보청기가 다가온다 자작글-023 2023.02.27
정씨 성주의 만남 鄭氏 城主의 만남////인보/ 2023.2.25 정 씨 성문 城門에 배례한 비둘기 쌍쌍 만남의 정점 메기매운탕 집 눈동자에 꽈 꽉 박히면 잊히기 싫은 얼굴이 반갑다 만나면 김치, 안동식혜 , 봄나물, 땅콩, 찹쌀, 보리쌀, 미역국, 등등 정이 깨단 털듯 솨르르 솩 쏟아진다 여느 성씨의 가문이 맏이(내자)의 구미를 챙겨주겠나 덩실덩실 춤은 뒤로 세이커 (shaker 막춤) 춤이라도 추고 싶어 어깨 으쓱하자 새 떼가 우르르 몰려온다 자작글-023 2023.02.26
관절음 삐걱삐걱 관절음 삐걱삐걱/인보/ 2023.2.25 오랜 세월 걸었다 윤활유가 소진한다는 소리 삐걱삐걱 지금 대체할 생각할 때 아니다 노년의 아홉 구멍 유음 流音은 자연의 흐름 콩나물시루 물 흘러내리는 맑은소리 그 소리 듣고 콩나물 쑥쑥 노년의 유음 듣고 자랄 것 없어 그냥 견디는 것 앙상한 겨울나무 윙윙 소리 지르면서 겨울을 건넌다 자작글-023 2023.02.25
추어탕 향보다 진한 우정 추어탕 향보다 진한 우정/인보/ 2023.2.23 추어탕 끓는 둘레는 어둠이 닥칠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입술은 친구다 뽀글뽀글 소리 짙어지면 숟가락 달그락거려 추어탕도 고독도 퍼 넘긴다 이만큼 멀리 달려와 끈질기게 버틴 친구가 있다는 건 아직 살만한 행복이 있다는 것이다 추어탕 뽀글뽀글 끓이는 일이 무위 고의 고독을 지우는 일이다 밭침 한두 개 떨어진 낱말 뒤섞을 수 있다는 건 행복이다 어둠이 달려와 포위해도 같이 물리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자작글-023 2023.02.23
인공지능 TV 인공지능 TV /인보/ 2023.2.22 화면이 흐릿하도록 시청했다 딸애들이 불 지른다 아직 흐릿해도 그대로 쓰겠다 TV와 인터넷이 겸해 더 선명해 박진감을 맛보고 밝은 세상을 즐기란다 폴더폰으로 세상을 건너는 친구 있는데 생각을 바꾸면 더 밝아진다고 불을 지핀다 결국 옹고집은 소화되고 말았다 태산준령에서 주목은 고사해 밤이면 인광을 발하는데 나 아직 푸르러 인공지능 TV 리모컨을 조작한다 흐릿한 시야가 선명해진다 희한한 세상 한 귀퉁이를 즐긴다 선명한 화면에 딸애들이 업그레이드되어 호사한다 자작글-023 2023.02.23
동천동 아파트에서 서성이다 동천동 아파트에서 서성이다/인보/ 2023.2.22 대단지 아파트 시멘트 밀림은 갈수록 굳어 모른 척하는 저녁이 온다 그 시대 한 동리면 친척 같은 잊기 싫은 얼굴들 여기 이십여 년을 서성이다 단지 내서 마주친 얼굴들 언제나 낯선 가랑잎 같다 문명시대 주거형태가 아래위 옆 알려 들면 수상한 이로 신고받고 쿵쿵 소리에 칼부림이 번쩍한다 오랫동안 서성이는 삶 잘못 삶인지 식은 냄비의 물을 다시 끓이면 알아차릴지 자작글-023 2023.02.22
왼쪽 발목 쥐 나다 왼쪽 발목 쥐 나다 /인보/ 2023.2.21 이건 볼트(수나사)와 너트(암나사)의 발작이다 고양이를 불러올 수 없지 누구의 부뚜막을 훑는지 목을 비틀린 풍뎅이처럼 뱅뱅 돌고 디딜방아에 오른팔 달아 쳐들었다 처박혔다 물파스는 통증을 분산하고 볼트는 깊숙이 조여들고 너트는 아 야야 응 앙 세상이 뱅글뱅글 천둥 번개 소나기 불한당 치다 환한 대낮 되자 쥐는 줄행랑 언제 그런일 있었나 하얀 백지장만 내민다 자작글-023 2023.02.21
새로운 시작 새로운 시작/인보/ 2023.2.19 흑판 분필 먼지를 삼키며 햇병아리 선생 군 입대하여 새로운 병영생활을 시작한다 새로운 시작에는 두근거림이 먼저 와서 몸을 떨게 한다 암고양이 새끼 두고 온 것처럼 그녀를 생각하다 조교의 지도를 여러 번 받는다 숭고한 의무 수행 생각보다 두고 온 새끼고양이 지금 무슨 생각 하고 있을까 선착순에 익숙하지 않아 언제나 독박이고 요령과 눈치는 새로운 시작부터 서툴다 신병훈련 병 전우애는 움트지 않아 제 몸단속 급급하다 재빠른 동작 눈치작전 내무반 동료에 먼저 다가서면 새로운 시작이 순탄하겠지 자작글-023 2023.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