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417

사련 邪戀

사련 邪戀/인보/ 2023.6.4연수하는 컴퓨터 자판기 넘어앳된 사련의 눈빛을 쏜다무심한 미륵은 유념하지 않아넘긴다제 눈에 안경이지로트렉의 화려한 색채가 발광했으리라무시한 세월은 흘렀지어느 날 짤막한 일거리같이 하자는 전화백수의 머리 단비 맞은 듯승낙했지같은 폴더 폰을 그녀는 진동을우선이라면 한편은 발뒤꿈치처럼한참 후 감각이 닿아도 별것아니라 무시하고 만다몸체 달아올라 부글부글끓어오른다그러려니 더운 바람 확확 불어도미륵은 꿈쩍하는 듯한 애매한 동작은 죄의 밑바탕이 된다는 것을 모른다찔러도 찔리지 않은 뼈의 진수 眞髓를 알아차려사련의 바람 불지 않았다미안한 몸체 강아지 수염 같다로트렉의 색은 퇴색하지 않는다사련도 애련도 아닌 엇갈린 갈비뼈

자작글-023 2023.06.04

봄나물 산채

봄나물 산채 /인보/ 2023.6.2 산채 봄나물을 삶아 봄을 삼키려 했다 삶고 쌂고 조물럭 쭈물럭 간장 양념 참기를 주르륵 산 냄새도 봄 냄새도 희미한 신기루에 어린 봄 아가씨다 이제야 나타났다 곤드레나물 양손에 들고 끙끙 삶아 조물력 양념 참기름 부드러운 봄 아가씨 향긋한 채취 봄을 꿀꺽 부드럽게 넘긴다 봄나물 산채는 곤드레나물 부드럽고 연한 성미 두메산골 향이 물씬하다

자작글-023 2023.06.02

비 오는 날 오후

비 오는 날 오후/인보/ 2023.5.26 방안에 갇힌 기분 해방할 구실 찾았다 걷는다. 3호선 승차. 걷는다. 홈플러스 입성 기웃거리리다 몇 가지 물건 사고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젊은이 속 소 장판에 말 한 마리 뭐 어때 백수에 누가 재 뿌리나 젊음은 윤활유다 관절에 유입한 윤활유 가볍다 닭은 모래에 멱 감는다지 젊음의 풀장에 멱 감아 산뜻하다 비 맞은 수탉 몰골이면 얼마나 처량했겠나 비 오는 날 오후 구도를 약간 길쭉하게 했더니 새 모델을 만난 듯 화폭이 환하다

자작글-023 2023.06.01

삶이 창자 같다

삶이 창자 같다/인보/ 2023.5.31 두루봉 아래서 시작 여기까지 흘러왔다 지나온 길이 골짜기에서 산골로 조금 밝은 곳에서 조금 어두운 곳을 마치 겨울 파도에 씻기는 따게비처럼 시리다 연못 표면은 엷은 파랑 내부는 생명끼리 경쟁한다 먹고 먹히고 삶은 경쟁이다 밀물이든 썰물이든 차갑다 지금 밀물이 밀려온다 삶이 내장을 거친 마지막 큰창자의 끝 직장에 있다

자작글-023 2023.05.30

풍경소리

풍경소리/인보/ 2023.5.29 파계사 풍경은 자비심이 실린 풍경 소리 그 소리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 평화 가득하다 산천이 불심에 잠긴다 바람이 불거나 발걸음 소리 요란하거나 악쓰는 소리 풍경 대신 목어를 깨운다 우리 집 황소 풍경 소리 주인은 금방 알아차려 그래그래 내 옆에 있어 목덜미 툭툭툭 내자는 가끔 넘어진다 그때 풍경 소리 낸다 아무도 들어 줄이 없어 처절한 울림 내가 미워진다 나는 풍경이 없다

자작글-023 2023.05.29

경운기

경운기/인보/ 2023.5.28 차디찬 쇳덩이도 한바탕 코를 휘휘 저으며 거부의 반응이면 농부는 애를 먹는다 그래봐라 평소에 대접 잘하라고 상전 대접을 닦고 조이고 털고 기름칠하고 비 맞지 말고 시원한 곳에 갈무리하라고 그 넓은 논밭 갈아엎어 그윽한 흙 향기를 너는 잊었나 부릴 때는 무자비한 대접 머슴 이하의 차게 부리더니 끝내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팽개치고 나도 대접받고 싶다 너의 천대는 나를 골나게 해 녹슨 쇳덩이 골나게 하지 말라 넓은 들판을 바라보면 곡식이 뻗고 있는 모습이 나를 기쁘게 한다 지난 시절 소등 목뼈에 의존할 때처럼 대접해라 그제야 뉘우치고 닦고 씻고 기름칠하고 엔진 시동 거느라 허리 굽혔다 폈다 이건 절하고 사죄하는 몸짓 너를 경배한다 그제야 시커먼 화 덩이 토해내면서 탈탈탈 토라진..

자작글-023 2023.05.28

목마르다

목마르다/인보/ 2023.5.28 불과 해발 600고지 오르는데 목말라 입속이 사막 같다 물을 뻘떡뻘떡 마시지만 그때뿐 초목이 나를 보고 힘내라 응원하는 듯 한들한들 저 꽃은 정상 부근에 있으면서 목마른 적 있나 겉으로는 항상 촉촉하여 방긋거린다 사막에도 삶이 있다 엘로우 펫테일. 낙타거미.... 그들은 목마르다 하지 않는다 목마름은 잠시 갈증일 뿐 정상을 정복하자 씻은 듯 갈증은 사라졌다 정복의 쾌감이 목마름을 상쇄한 것이다

자작글-023 2023.05.28

저무는 5월

5월은 저문다/인보/ 2023.3.27 백수에 5월의 햇볕 짓누른들 흑발의 청년은 되지 않을 터 홀로 지나는 시간만큼 햇볕은 점점 가까이서 땀흘리게한다 5월의 왕관 쓴 아가씨들 얼마나 싱그러우냐 우쭐하냐 풋내 뚝뚝 흘리고 백수는 망막이 흐려 으스름달밤이지만 귀엽고 아름다운 것은 알아차려 꽃은 피고 지고 짙푸른 이파리 나날이 검 칙칙 억세 진다 여리디여린 너희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짓궂게 집적거리는 머스마들 진지할 것 없이 재치 있게 받아넘겨라 저무는 5월 여왕 폐하는 알아차려 왕관을 벗었다 썼다 어루만진다 세월은 흐른다 계절은 돌아온다 검 칙칙한 녀석들 자리를 넘본다 더 다정한 눈빛으로 보내자

자작글-023 2023.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