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단식 /호당/ 2023.10.2 먹어야 산다 먹는 것을 끊는다 물은 마신다 인공 누액은 눈물을 대신한다 결심이 선 것 쇼 한 토막 단식 하루 이틀 사흘ㆍㆍㆍㆍ 전기를 끊으면 빙하는 녹아내려 썩는 냄새 난다 단식이 길어질수록 시들어지면 명성은 드높다 단식의 종말 구급차는 달린다 링거는 달랑달랑 뚝뚝 눈망울 멀뚱멀뚱 창자는 기다린다 곡기를 자작글 2023.10.02
봄 봄 호 당 2007.9.23 어린애 살결보다 더 보드라운 새잎 너 세상 밖을 나올 때 벌써 세파를 짐작했었을까! 아지랑이 피는 언덕에 종달새의 노랫소리 사랑에 취한 지지배배 사랑 다음 또 뭣을 생각했을까! 천사의 치맛자락 휘감기듯 자애로운 햇살 아래 노곤한 봄은 짙어 가는데 너 여름이 오면 물러가야 한.. 자작글 2008.04.15
남장사 남장사에 가다 2005.6.16 녹음이 우거진 숲속 일주문 거쳐 도안교(到岸橋) 건너서 범종루 들어서니 5층 석탑 우뚝 서고 대웅전 앞에 있네 노악산(露嶽山) 남장사(南長寺) 깊은 산골 자리 잡고 천년을 지키며 중생에 불심심고 이끌어 왔다 범종각 종소리는 은은하게 울리며 저 멀리 퍼지면서 불심을 전 하.. 자작글 2008.03.31
겨울 겨울 호 당 2008.1.12 열열하던 사랑도 냉동실의 장식물이 되었다 뜨겁던 커피는 싸늘해지고 향기도 식어 움츠리기만이 능사가 되었다 다정했던 황토 길이 딱 딱 갈라져 버려 걷기가 조심스럽지만 마음 주며 걸을 날 그린다 길가 가로수가 더 외롭고 냇가 버들이 더 다정하다 등 돌린 뒷모습이 더 차갑고.. 자작글 2008.01.12
지우개 지우개 호 당 2008.1.9 지우는 것 영으로 돌아가자는 것 없었던 일로 하자는 것인데 원고지에 연필로 쓴 한 구절의 글씨를 깨끗이 지웠다 아니 생각마저 지웠다 그러나 치사(恥事)는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 이것을 지울 수 없을까? 그런 지우개를 찾고 싶다 자작글 2008.01.10
불끄지 못하는 겨울밤 불 끄지 못하는 겨울 밤 호 당 2008.1.2 칼바람 부는 날 밤 모든 입술들은 꿈의 가장자리에서 어둠에 잠기고 가로등은 매운바람 맞고도 졸고 있는 밤이다 불 끄지 못한 겨울밤 그대 하얀 종이 위에 욕망을 실어 주고 싶지만 샘솟지 못하여 찌그러진 욕망만 구겨진 종이로 쌓이기만 한다 답답한 마음 달래.. 자작글 2008.01.02
오늘 오늘 호 당 2007.12.29 이별은 눈앞에 서 있고 그리움은 가슴에서 피어나고 서러움은 마음 약한 데서 오나니 가까이 있는 바위가 더 다정하다 이것을 느낄 수 있는 오늘이 행복하다는 말 왜 못하니? 한발 앞서 다 살고 간이의 빈소를 찾아보고 상처 입은 입술들이 링갤병을 움켜잡고 더 깊게 숨 쉬려는 이.. 자작글 2007.12.30
파문 파문 호 당 2007.12.28 는개 내리는 오후 천사의 그리움이 녹은 땀방울인가 우산 박고 운암지 둑에 서서 시선을 돌린다 말라빠진 풀잎들이 파르르 떨고 있지만 오늘은 봐 줄이 뜸하구나 운암지 수면을 수놓는 원만하게 부끄럼 없는 작은 파문 욕심부리지 않고 아주 짧은 동안 머물다 사라지는 천사의 모.. 자작글 2007.12.30
여명 여명 호 당 2007.12.28 흐릿한 밤을 10보 앞까지 걸어와도 구름 낀 마음은 게걸음 치기만 했다 한물간 빛바랜 입술은 찌그러진 마음 달래려 새벽 따라 함지산 정상을 정복했지만 항서라도 받는 기분은커녕 먹구름만 밀려왔다 갈구하는 새 물결 파동에 먹구름 걷으리라 믿어 정상을 맴돌았다 이윽고 새 물.. 자작글 2007.12.28
망년회 망년회 호 당 2007.12.27 지금쯤 갖가지 입술들이 입 다문 때인데 찌그러진 입술들이 모여 망년회 하자고! 막걸리판을 벌리자고! 무엇이 그리 한이 있었더냐? 굳이 잊어야 할 사연이라도 있었더냐? 아니 눈뜨게 하고 맘껏 맑은 공기 마시게 한 것에 고맙다고 해야지! 기어코 내 입술에 묻은 정을 내민다 마.. 자작글 2007.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