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

종합병원에서

인보 2007. 3. 24. 11:03




종합병원에서

호 당 2007.3.24

어둠의 그늘을 짊어진
들풀들이 저마다 시드는 풀잎을
깨우려고 소리 없는 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기죽은 언어들이 죽음을 부정하고
찌그러진 아우성으로 몸부림치고
있었습니다

이 골짜기는
영혼의 구름 서쪽으로 사라지고
소리 없는 언어를 끌어안고
슬픔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저 골짜기는
잠자는 세포 조각들을 깨우려고
고르지 못한 음정을 다듬으려고
맹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골짜기는
시드는 풀꽃을 요단강
건너지 않으려고
분초를 다투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사랑의 묘약을 처방받아
빳빳한 풀꽃으로
태어나고픈 마음
가득 찬
병원의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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