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8

갈고랑이

인보 2008. 8. 22. 12:18

      갈고랑이 호 당 2008.8.22 갈고랑이가 먼지를 덮어쓰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얼마나 세월을 흘렸는데 지금은 추억마저 사라진 물건 쇠죽물이 펄펄 끓을 때 여물을 뒤집는 소 갈고랑이의 나뭇결을 따라가면 돌아가신 아버지의 숨결이 흐르고 닳고 닳아 반들거림이 세월을 짐작한다 처음 네가 태어났을 때는 거칠고 덜 여문 것이 펄펄 끓는 물속을 수없이 당금 질 하는 동안 반들거리게 되었을 것이다 온돌방이 식을 무렵 아버지는 이 갈고랑이로 쇠죽을 뒤집어 골고루 익혀 놓은 후 천자문 동몽선습으로 나를 익혀 놓았던 것이다 이른 새벽 쇠죽을 끓이시던 아버지의 지문이 나뭇결에 박혀 지금은 잠들고 있다. 주; 갈고랑이; 꼬부라진 나무로 만들어 쇠죽을 끓일 때 물건을 끌어당길 때 쓰는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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