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9

방황

인보 2009. 9. 7. 15:55

방황
호 당   2009.9.7
자제 못 할 젊음을 욕구충족에만
소비하기엔 너무 아까운 나이지만 
통과의례로 본다면 너그러운 판단일까
죽순보다 더 정력이 폭발할 무렵
감당할 수 없는 시간을 메우려
몸부림친다
퍼내도 퍼내도 바닥 볼 수 없는 
옹달샘 물을 정상의 물길로 
흘려보내지 못하고 헤매다
멈춘 곳은 산동네 지하다방을
쥐구멍 드나들듯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속도를 달리하며
길가는 나그네처럼 시치미를 뗐다
처음 들렸을 때 이상야릇한 냄새는 
차츰 마비되고
도수 낮은 불빛에 
가려진 칸막이에서 
낮이면서 밤의 정서가 풍겨 나와
야성의 충동을 맛본다
테이블 위의 풍기는 다향茶香보다 옆에서 
방긋거리는 백합향에 몽롱해 버린다
영상의 애로 장면보다 더 진한 
찰랑거리는 깊은 계곡 웅덩이에서
허우적거리거나 
때로는
단단한 껍질에 가려 
대담하게 헛바람의 깃대를 세우기도 한다
캄캄한 시간을 뽀얀 살갗에 할애하기 위해
주머니 홀쭉해도 
꽤 많은 젊음을 써버렸지만
가리지 않고 불어대는 미친 바람이
내 젊음을 더욱 알차게 여물도록 
한 것이라 억지 부린다.

 Mein Liebeslied ( 아! 목동아) - Monika Mar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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