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0

깃발

인보 2010. 7. 19. 19:35

      깃발

      호 당 2010.7.19

      낯선 암나무 만나 접붙여
      든든한 깃대로 세워
      팔팔한 깃발 펄럭거렸다

      깃발이 70 구비 휘감다 보니
      퇴색하거나 찢기기 시작했다
      바람 불지 않는 날에도
      펄럭거렸던 것이
      근래에
      바람 불어도 영 시원치 않다

      깃대가 벌레 먹기 시작하고
      뼈대에 바람이 스며
      푸석푸석 삭는 소리 들린다
      깃발의 귀퉁이는 찢어진 지 오래
      듬성듬성 기폭에 구멍이 생기고
      치과에서 매우거니 땜질하려 해도
      워낙 낡아 속수무책이라 한다

      榮枯盛衰의 순환은 없는가
      會者定離 생과 사
      그 진리를 어찌 거역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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