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호 당 2010.11.1
암흑의 밤거리를 거쳐
불어온 찬바람에 동짓달
구멍 뚫린 문풍지는 벌벌 떤다
긴 밤
토막잠을 문풍지 떠는소리가
난도질해버렸다
문풍지를 통과하는 바람은
어디서 왔을까 닥치는 대로 핥는
파리 주둥아리처럼 길거리를
헤매던 영혼의 소맷자락이라든가
콧구멍 진드기를 핥거나 수채
구덩이의 살갗을 스쳤다가 마지막
내 차례였던가
문풍지를 거친 찬바람이
흘기는 눈총이 날카로워 삶의
옆구리를 찌르더니 방바닥의
온기를 삼켜버리고 영혼의 눈꺼풀을
오돌오돌 떨게 한다
차단한 두꺼운 장막을
힘 빼앗아버린다
찬바람의 통로에 올가미라도
놓아야겠다
쥐구멍으로 새는 찬바람 하나로
천방川防을 무너뜨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