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1

산머루

인보 2011. 5. 29. 16:27

        산머루 호 당 2011.5.29 외딴 산 칡덩굴로 얽히고 나도 얽히면서 겉으로는 푸른 잎으로 장막을 치고 속으로 익어 여물고 싶다 시퍼런 알갱이를 가슴에 품고 있으면서 요란스럽게 남들에게 떠들썩거리는 것이 싫다 대책 없이 한입 입에 넣었다가 퇴짜 맞아 내뱉어버리는 삶은 싫다 익지도 않으면서 익은 채 하지 말고 시큼달콤하게 익어버릴 때 세상에 들어 내놓아도 좋다 아직은 골목으로 거닐지만 뒷날 누군가 뻔질나게 드나들 날을 기다린다 그때까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익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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