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
호 당 2011.7.4
돌 이끼랑 담쟁이덩굴이
기어오르는 성곽이
무료한 시간을 흘리고
옛꿈을 그리고 있네
밤마다
이리떼의 울음소리를
자장가로 듣고
별들의 속삭임
아랫마을의 불빛이
전설처럼 반짝인다
긴 겨울밤을
오지 않는 임
기다려봐도
적막을 깨는
짐승의 울음소리뿐
오랜 세월을 흘리는 동안
뛰던 심장은 딱딱하게 굳어
겹겹이 포개어 있을 뿐
옛 용맹은
석고로 굳어버렸다
한때는 방패의 앞잡이로
꿋꿋이 버티었지만
지금 유적의 자리매김에
서럽게 버티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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