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2

자화상-1

인보 2012. 5. 25. 08:56


자화상-1
호 당  2012.5.25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도시의 새벽은 
가로등으로 밝다
천둥이 치고 번개가치고 
비를 뿌려 
그리웠던 것들은 
모두 피하고
들어내기 부끄러웠던 것들이
눈앞에 얼른거린다
우산을 박고 가는데
가로등 빛이 
빗줄기를 대동하고
교문 옆에 세워둔
볼록한 바위에 새긴 표석이 
빗줄기가 때리자 
불빛에 선명하다
아킬레스건을 때리는 빗줄기
내가 선 그 앞의 
게시판에 어린 비뚤어진 상
내가 아끼던 부분을 
새들이 쪼아 먹고
미워하던 부분만 얼른거린다
날이 밝아 
선명하게 드러난 자화상
내게 내 미운 부분 투성인데
누가 나를 좋아하랴
비를 맞고 새벽을 맞으며
그래도 내가 나를 지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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