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함지산

인보 2013. 9. 1. 14:20

     

 

 

 

 



      함지 산

      호 당 2013.9.1

      어느 날
      함지 아비가 되어 함지 고리를 지고서 함 사라
      외치며 내 앞까지 와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다가
      반응이 없자 언제 그랬느냐고 시치미를 떼고
      점잖게 돌아앉은 함지 산

      봄가을에 함지 아비를 자주 하는 편이지만
      여름 겨울에는 점잖은 아낙같이 때로는
      우아한 귀부인같이 보이지만 속으로는
      애환도 있어 보인다

      목마른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데 사정없이
      골짜기를 거쳐 허리 등을 밟아 기어오르면
      바삭바삭 메마른 소리와 안타까운 먼지만 날린다
      남의 속도 모르고 내 가랑이 사이는 메말라
      이끼도 시들어 있는데 사정없이 저들끼리 염분을
      흩으려 놓고 가버려 야속하다

      장마가 쏟아졌다, 나는 아직 폐경기는 아니야
      너희 맘껏 올라오라, 모두 받아줄 준비는 됐다
      나를 잊지 마라, 너희 인연을 엮어 줄 테니

      이번에는 함지 고리를 두고 복부인이 되어
      연분을 엮을 테다
      수시로 변하는 함지 산은 내 가까이서 푸름을
      심어주는 정다운 친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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