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머리카락

인보 2013. 10. 14. 18:39

 

      머리카락 호 당 2013.10.14 자고 일어나면 떨어진 머리카락 내 육신의 한 부분이다 아니 내 아버지 어머니 그 위 선조에서 흘러 온 디엔애이*DNA 잔류가 떨어진 것 그 속에 내 체취가 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은 그 어느 한 점 속에 녹아 나를 증명하는 알맹이가 있다 성스러운 궁 밖을 나오자마자 첫울음의 환호성을 터뜨릴 때부터 이미 내력을 달고 나이테를 길러 왔다 그러던 것이 나로부터 떠나다니 배신은 아닐 테지만 세월의 무게에 감당 못 한 한계점일 거야 한 시절 윤기 자르르 흘리고 꾀이고 달래고 끌어내어 푸른 사향보다 더 짙은 색깔을 자랑했다 서로 합류하여 얽어 메인 머리카락은 새로운 디엔애이를 만들어 냈던 지난 시절이 가장 푸르렀다 이제 푸른 산맥은 단풍들고 우수수 낙엽 되어 나목으로 섰는데 하얀 눈 덮어쓰고 나니 머리카락은 그간 나만의 표지를 유지 하고 색의 반란을 막기에 하얗도록 애썼다 윤기 날린 맑은소리가 목이신 소리로 흐릿하고 발뒤꿈치 각질처럼 하나씩 떨어진다 잘 가라 내 욕망의 일부야 자연으로 돌아가라 흙은 만물을 끌어안는다 내 육신도 흙에서 생명력을 키울 에너지로 돌아갈 것이다. * DNA(deoxyribonucleic acid)약자. 분해효소. 핵산,유전인자.

'자작글-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먹을 갈다  (0) 2013.10.16
참새 새끼의 비상  (0) 2013.10.15
함지산  (0) 2013.09.01
이상을 꿈꾸는 영혼  (0) 2013.04.19
운암지  (0) 2013.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