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호 당 2014.9.18
찬 서리 내리는 밤에 몸을 움츠린다
잔업을 정리하느라 밤을 두르고 귀가한다
귀뚜라미 소리가 가을을 재촉해도
나는 느긋하게 돌아왔다
빨간 멱감고 익은 사과가 찬 서리 맞으면
성폭력보다 더 상처를 입어
서둘러 보호한 것이다
이 야밤에도 어머님의 단 젖을 빠는 애들처럼
아삭아삭 단물 받아 마시는 늙은 어머니
어머니의 젖 빠는 소리가 사과에서 들린다
별빛이 초롱초롱 빛나 어머니 치아에
별똥 한 알이 입안에서 박살 난다
사각사각 고른 치아가 어린애 치아 같다
어머니는 달콤한 추억을 씹고 시원해 하신다
사각사각 사과를 깎는 밤은 어릴 때
세발자전거 바퀴 구르는 소리
싸락눈이 내리는 소리
늦은 밤 가족들이 모여 가을 깎는 소리로
가을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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