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가을밤

인보 2014. 9. 20. 17:40

          가을밤 호 당 2014.9.18 찬 서리 내리는 밤에 몸을 움츠린다 잔업을 정리하느라 밤을 두르고 귀가한다 귀뚜라미 소리가 가을을 재촉해도 나는 느긋하게 돌아왔다 빨간 멱감고 익은 사과가 찬 서리 맞으면 성폭력보다 더 상처를 입어 서둘러 보호한 것이다 이 야밤에도 어머님의 단 젖을 빠는 애들처럼 아삭아삭 단물 받아 마시는 늙은 어머니 어머니의 젖 빠는 소리가 사과에서 들린다 별빛이 초롱초롱 빛나 어머니 치아에 별똥 한 알이 입안에서 박살 난다 사각사각 고른 치아가 어린애 치아 같다 어머니는 달콤한 추억을 씹고 시원해 하신다 사각사각 사과를 깎는 밤은 어릴 때 세발자전거 바퀴 구르는 소리 싸락눈이 내리는 소리 늦은 밤 가족들이 모여 가을 깎는 소리로 가을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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