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사 가는 길. 호당 2020.3.9
휴일에 마음 쉬고 싶었으나
열성 불자인 아내의 극성에
그만 동의했다
출발하자마자 가득 메운 도로
급한 내 성깔을 불 지피는 얌체 차량
답답하다
아침밥 먹은 것이 채어 오른다
아랫도리에서 용변의 강박감
불쾌지수는 100에 가까운 것 같다
아내의 침묵은 속으로 삼켜
불심으로 채우려는 듯
길섶 가득한 먹거리들이 진드기처럼
매달려 더 짜증 났다
일주문 거쳐 무거운 발걸음
목탁 소리에 실린 불심
숲길에서 뿜어낸 피톤치드가
내 심연을 출렁거리게 만든다
몸과 마음에 가득 채워진 체증 滯症
사천왕이 눈을 부릅뜬다
내 심정을 헤아렸을까
널따란 뜰 가득한 인파
대웅전은 만원이다
긴 줄 서고 기다리는 불자들
나는 해우소를 직행했다
내 근심 내려놓고 나니 후련하고 가볍다
쉽게 해결하다니
이내는 108배 올리고 파김치가 됐다
봐 나를 보라고 내 가뿐하고 가벼워졌어
당신의 불심이 더 무거워진 것이 아닌가
해탈하면 이런 기분일까
아내의 불심을 이해 못 한 내가 더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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