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직지사 가는 길

인보 2020. 3. 9. 17:28

      직지사 가는 길. 호당 2020.3.9 휴일에 마음 쉬고 싶었으나 열성 불자인 아내의 극성에 그만 동의했다 출발하자마자 가득 메운 도로 급한 내 성깔을 불 지피는 얌체 차량 답답하다 아침밥 먹은 것이 채어 오른다 아랫도리에서 용변의 강박감 불쾌지수는 100에 가까운 것 같다 아내의 침묵은 속으로 삼켜 불심으로 채우려는 듯 길섶 가득한 먹거리들이 진드기처럼 매달려 더 짜증 났다 일주문 거쳐 무거운 발걸음 목탁 소리에 실린 불심 숲길에서 뿜어낸 피톤치드가 내 심연을 출렁거리게 만든다 몸과 마음에 가득 채워진 체증 滯症 사천왕이 눈을 부릅뜬다 내 심정을 헤아렸을까 널따란 뜰 가득한 인파 대웅전은 만원이다 긴 줄 서고 기다리는 불자들 나는 해우소를 직행했다 내 근심 내려놓고 나니 후련하고 가볍다 쉽게 해결하다니 이내는 108배 올리고 파김치가 됐다 봐 나를 보라고 내 가뿐하고 가벼워졌어 당신의 불심이 더 무거워진 것이 아닌가 해탈하면 이런 기분일까 아내의 불심을 이해 못 한 내가 더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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