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풀꽃, 호당. 2020.3.10
메마른 땅에 내려
뿌리 내리고
꽃 피웠잖아
향기 우뚝하거나
멀리 날리지 않아도
한 세상 살고 있잖아
수많은 풀꽃
눈 한 번 맞추지 못하고도
목말라 비틀어져도
비 맞아 활짝 하고
그렇게 살아가도
한 세상 같이 살고 있으니
외진 곳에서
나만의 향기로
나만의 몸짓으로
나만의 색깔로
같은 땅에 살고 있으니
외진 모퉁이를
확 들어내지 못해도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낱말을
함께 섞을 수 있으니
이름 없는 풀꽃은
보람이 아니겠나
이만큼 살아있어
내일을 꿈꿀 수 있어
행복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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