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호당/ 2020.4.23
턱없이 짧은 잣대를 들고
높고 미끈한 시맥을 따르려
재고 있었다
방안 한 주발의 물이
살얼음 끼어도
붙들려 아등바등 쳤다
찬바람 한기에 바싹 얼은
대나무가 푸른빛 잃지 않는다
높은 시맥 따라 오를수록
거리를 좁히는 듯
울림을 느끼는 듯
철이 들자 사리를 살필 줄 알면서부터
쌓은 모래더미가 자꾸 흘러내리는 것도
단단한 뼛속 구멍 숭숭 뚫리는 것도
알아차렸다
한겨울 까맣게 얼어붙은 솔잎이
해만 받으면 푸른 솔잎으로 돌아온다
시련이다
여기서 멈출 수 없지
백 년 묵은 고사목 뼛속
사리 한 움큼 간직하고
꿋꿋이 실꾸리 감아 밝게 걸어
이 시련을 거뜬히 이겨 내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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