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노을/호당. 2020.6.21
서쪽 산을 태우는가
거대한 산불이
연기 일지도 않은 채
이글거리는데
까마귀 떼 불구덩이를
날아들어 사라집니다
헬기가 뜹니다
불 끄려는 줄 알았지
그냥 산불을 넘어갑니다
산불을 보고도 지나치다니
소나무들 피식피식 웃고 있으니
희한 稀罕합니다
벌써 산은 알고 있는 듯
산불을 즐기는 듯
더 붉게 화장합니다
한편으로
어둠의 장막 밀려오고
산불의 아가리로 한사코
삼켜버리나 역부족입니다
세상은 영원한 것은 없어
맹렬했던 산불도 제풀에
스르르 사라집니다
서산은 어둠의 장막 두르고
하루를 마감하려 깊이 잠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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