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거천을 걷다/호당. 2020.6.22
해는 저녁 무렵
하루를 마감하려 서두른다
그릇 부시는 소리
팔거천 냇물을 꼬드겨
나를 후려치려 드는가
굽이쳐 흐르는 냇물 불빛 되받아
나를 회초리 치는 듯 눈 따갑다
종일 물속을 주시하던 왜가리
하루를 마감한 지 보이지 않는다
동천역 앞 과일 진열대
예쁜 처녀의 얼굴로 향을 뿜어낸다
얼마나 몰고 갔는지
강물은 재잘대고 얽히다 내려갈수록
마음 닦아 침묵과 순리를 가슴 베인다
내 마음속은 자갈 부딪는 잘그락 소리
강물에 내다 버리고 침묵하자
주섬주섬 전을 거두는 과일 장사
삶이 그릇 부시는 숟가락 달그락
소리 듣는 것이다
젊은이들 숟가락 소리 이으려
얼마나 마음 졸였을까
등 굽은 할매 파지 가득 실은
손수레 오르막을 밀어주며
무작정 뒤따라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