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오늘 하루

인보 2021. 1. 15. 11:19

오늘 하루/호당 2021.1.14
하루살이는 
하루 치의 자기 욕망을 
몽땅 채우고 끝낸다
오후 시간을 덤벙덤벙 
써버린 것이 아닌가
석 점은 꼭꼭 찍고 
나머지 공간을 
뒷 똥구멍이 줄줄 새는 듯
발자국에 나무늘보의 타액이
찍히는 듯
숙명이라도 되는 듯 
무시하고
꼬박꼬박 걸어야 했다
익숙한 코스에 놓인 
반기지 않은 의자에
주저앉아 포근한 겨울 햇볕에
마음을 내어 말린다
무위고의 위안이다
가슴에 끌어안으려는 
시의 꽁무니를 달래고 어르고 
달라 붙인 들 뒤죽박죽이 된다
하루살이보다 못한 어정쩡한 
내 하루는 저문다

'자작글-02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무살  (0) 2021.01.16
멸치  (0) 2021.01.15
업보는 아프다  (0) 2021.01.13
햇볕  (0) 2021.01.12
세한도처럼  (0) 2021.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