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도토리의 고집

인보 2021. 5. 11. 15:02

도토리의 고집/호당.2021.5.11
땅속을 스며들지 않고는 
싹 틀 수 있다고 버티는 
도토리가 떵떵거린다
가랑잎에 덩그렇게 앉아 
하늘만 바라보고 
싹 틀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한 알의 밀알이 땅속에서 
썩지 않으면 더 많은 밀알을 
얻을 수 없단다
가랑잎이 바삭바삭하고 
옆구리를 쿡쿡 찔러댄다
여기서 버틸 테야 
다람쥐 산돼지 밥 되려고
물 끼를 거부하는 자에 촉이 튼다고
물 끼와 화해하는 자에 촉이 마른다고
그건 얼간이의 역설이야
물과 화합해야 한다
남과 어울려야 이루어진다고
가랑잎을 헤집고 
땅과 화합하라고 
땅은 부드럽게 안아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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