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오늘

인보 2021. 8. 7. 11:03

오늘  /호당/ 2021.8.7
무위는 습관화되면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애면글면 해봐야 내 손에
잡히는 일거리는 없다
기껏 도서관에서 
지층을 뒤적거리다
컴퓨터실에서 자판기로
답답함을 풀어낸다
하얀 눈발 덮어쓴 모자들끼리
커피잔을 들고 입 다물고 있으면서
가는 세월을 커피잔에 쏟아놓는다
건강해지려 발버둥 치면서
까짓 건강은 하늘에 맡긴다고
상실의 시대에 
실렸다는 말 듣기 싫어
때로는 삼삼오오 커피잔을 들고
시가 어떻고 문학이 어떻고
짧은 밑천을 모두 쏟아내 봐야 
거기가 거긴걸 
그냥 껄껄거리면 된다고
저녁노을이 가슴을 찌른다
주섬주섬 자리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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