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박차고 나갔다 /호당/ 2022.1.19
들끓는 목욕탕처럼 참 좋은 분위기였다
웃음소리랑 유쾌한 얼굴빛이 포근한 날씨다
길동은 갑동이가 평생 갖는 트라우마 하나
속주머니 깊숙이 감춘 것을 들추어 비난했다
듣는 나마저 오싹했다
기왓장 같은 얼굴로 박차고 문을 쾅 닫았다
갑자기 서늘해 목욕탕 물은 식어 내렸다
벙글든 거품 폭삭 내려앉았다
야! 너무했다
길동은 칼을 쳐들고 이놈을 당당하게 쓸 줄
알아야 한다고 소리쳤다
아니야
친구끼리 송곳 찌르지 말자
누구나 허튼 물 고인 우물 하나 있을 거야
거기 돌 던지지 말자
앞산 소나무도 한 가지씩 고통 감추고
푸르게만 보여
모두 푸르게 하자
목욕탕 물을 데우려 더운물 콸콸 쏟도록
밸브를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