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만 지키는 암캐/호당/ 2023.7.25
치맛바람이 바짓가랑이 사이로
엇갈린 권태한 사랑의 파편이
스친다
수캐는 사랑채만 지키지 않아
매일 대문 열고 나가면
소주병이 뒹굴지 않은 날
산바람에 실린 치맛바람이 불어
맛있는 낱말과 분내가 섞인다
나는 집 지키는 암캐가 아니다
수캐 없는 둥지 지키는 짓은
따분하고 공허하다
문맹 암캐나 할 짓
앳다
맘껏 들판 날뛰어 가다 보면
남의 수캐 만나
엇갈린 쇄골 사이로 비릿한
바람 드나들지 몰라
술 대신 차와 세이커 춤과
트로트 동영상이 왔다 갔다 한다
그래 이 맛이야
한도 초과해지니 한심해진다
집만 지키는 암캐
나 구정물 마시지 않았어
잠깐 권태한 사랑
바깥 풍경에 약간
비틀거렸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