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집만 지키는 암캐

인보 2023. 7. 25. 13:59

집만 지키는 암캐/호당/  2023.7.25

치맛바람이 바짓가랑이 사이로
엇갈린 권태한 사랑의 파편이 
스친다

수캐는 사랑채만 지키지 않아 
매일 대문 열고 나가면 
소주병이 뒹굴지 않은 날 
산바람에 실린 치맛바람이 불어
맛있는 낱말과 분내가 섞인다

나는 집 지키는 암캐가 아니다
수캐 없는 둥지 지키는 짓은
따분하고 공허하다
문맹 암캐나 할 짓

앳다
맘껏 들판 날뛰어 가다 보면
남의 수캐 만나
엇갈린 쇄골 사이로 비릿한 
바람 드나들지 몰라

술 대신 차와 세이커 춤과 
트로트 동영상이 왔다 갔다 한다
그래 이 맛이야

한도 초과해지니 한심해진다
집만 지키는 암캐
나 구정물 마시지 않았어
잠깐 권태한 사랑 
바깥 풍경에 약간 
비틀거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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