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밭에서 05.11.8
호 당
새벽이슬 맞은 사과
세수한 듯 반들거려
떠오르는 햇살에
얼굴말리고
이파리에 맺힌 물방울
영롱하다.
수많은 식구 거느리고
부양에 지친 사과나무
어께 축 늘어지다 못해
지팡이에 의지하여
고달픈 하루를 연다.
밭고랑에 떨어져있는 사과
생존경쟁에서 낙오되어
옛 고향을 그리고 있다.
예쁜 놈 하나 따서
아싹 깨물었다.
이내
우물에 단물 차오르고
아삭아삭 눈밭 위를
걷는 소리 들린다.
그 사이
사과나무마다
붉은 태양이
더 진하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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