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폿술 집에서 2006.5.22
호 당
땅거미가 기어올 무렵
개미들의 일과는 마치고
들리는 곳은 허름한 대폿술 집
하루의 피로를 토해내는
유일한 공간.
유리잔에
해맑은 소주 한 잔
개미의 땀방울이 애환이
녹아 있어
훌쩍 삼켜버리면
세상이 녹아내린다.
내 술잔 건네며
내 입술에 묻은 정을
너에게 건네노니
개미들의 애환을
달래보자
부어라 마시어라.
안주야 별것이냐
인생살이보다 짜고 매운
시뻘건 깍두기면 족하겠지.
기우는 술잔 속으로
눈 깜박거리는 살붙이들이
얼른거린다.
너만은
못난 애비처럼
고달픈 인생 살지 마렴.
대폿술 집을 나서며
하루의 애환을
내려놓고
사립문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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