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꽃샘추위호당/ 2025.3.18꽃샘추위는 녹으려다 다시 얼어가는 강물 같다오늘은 못된 시누이올케와의싸늘한 얼음 위 눈길을 걷는 것 같다미친 눈발이 이리저리 휘젓다푸른 하늘 숨바꼭질하다구름 흩어졌다 모이다찬바람 종일 덫 소금 쳐 쓰리다걷기 한다는 핑계로 느릿느릿 걷는다오늘 노점상 자리는 대신한 표지물이 지키고 있다내 몸조심을 대신할 사람은 없지꽃샘추위가 내 등을 밀고앞은 칼바람이 가로막는다. 자작글-025 2025.03.19
제자리 맴돌다 나온 나 제자리 맴돌다 나오는 나호당/ 2025.3.14바깥바람 별것이냐?묻는 자는 똑똑하다오랜만의 나들이강산은 변하고 나는 맴돌다 나왔으니어리바리하다우물 안 개구리가바깥에 나와 놀란다함께 달리다 그만 머뭇거린 자앞질러 달린 자는새로운 장막치고 깃발 흔든다재수 삼수하고 낙방한 자는제자리 맴도는 풍뎅이 목 비틀어 놓아 보면 안다뱅글뱅글 돌 줄만 알지일어나서 날 줄 모른다바깥바람 쐬어 비로소 날 줄 알게 한다소금기 머금은 바닷바람이 허파꽈리를 부풀게 한다. 자작글-025 2025.03.18
O dia 카페 O dia 카페호당/ 2025.3.14어둠을 몰아낸 자리네온사인이 차지하고환한 낯빛으로 맞는다파도가 턱밑까지 와서낯선 어른 왔군잘 왔어 철썩철썩 소뼉 소리처음 대하는 카페촌뜨기 상경한 듯어리바리휘둥그레한다바지저고리에 익숙한 내가처음 정장 양복 차림에 맞지 않아 어색한 몸짓슬하의 후광이다요지경에서 케이크랑 이름 모른 차를 마신다안락의자가 포근히 감싸준다. 자작글-025 2025.03.17
포항 초장집 강구 회 대게 포항 초장 집 강구 회 대게 /호당/ 2025.3.14바다가 초장 집까지 와서속삭인다바다가 출렁거리니까 포획된 바닷고기는 싱싱하단다나는 회를 회자한다우럭 광어회 전복 조게대게 게 볶음밥 진짜 매운탕입에 약 되고 마음에 보신되어게걸스럽게 행동한다이건 진미에 대한 표현이다닭장 속만 맴돌다가 고정메뉴에 식상해 외식에 굶주린다나들이 외풍 생기 넘칠 줄이야마음 둥둥고무풍선 하늘 날고강구 식당호사하는 가마 타고어화둥둥. 자작글-025 2025.03.16
상자 箱子 상자 箱子/호당/ 2025.3.14그녀와 싸우고 돌아온 날 밤금슬 좋든 앵무새가 토라져울을 터뜨린다뭐야앵무새도 싸울 때가 있나인간 세상 아니 연애하는 연인매일 맑을 수 있나비 오다 눈 오다 바람 불다 개다 한다이게 사는 일이다그가 상자를 보내왔다겉모습을 보면 그냥 평범한 낯빛그녀가 그리워진다상자를 헐고 보니 또 상자가 보인다이건 내가 모르는 그녀의 속마음인가온갖 생각이 든다속 상자의 겉은 아무 글자가 없다제발 헤어지자는 말이나 암시만 없으면 돼망설일 일 아니다가부간 결말이 있을 듯한 예감머뭇머뭇 흔들어 보나 아무 소리 없다불길이라면 일찍 겪는 것보다내일로 미루는 거야.Giovanni Marradi /Création Bella Ocean 자작글-025 2025.03.15
문양 매운탕 문양 매운탕/호당/ 2025.3.12문양은 대구 도시철도 2호선 종점매운탕과 백숙이 펄펄 끓는다매운탕 마중물이 기다린다매운탕 냄비에 맘도 녹여 끓인다많은 의미가 녹아있는 건배사‘위하여’높이 쳐들고 캭시뻘건 국물 떠넘기며앗따!시원하다시뻘건 우정으로 배 채우고늙은 하루를 즐긴다종점에 오래 묵은 마음 하나 묻어놓고새파랗게 치솟을 걸 기대한다. 자작글-025 2025.03.13
불로동 화훼단지 불로동 화훼단지/호당/ 2025.3.13계절은 돌아와 화훼단지는 봄을 피우고 있다나의 꽃 같은 시절은 있었겠지봄꽃이 제각각 요염으로 향기 뿜자, 술 취한 듯 몽환에 잠긴다꽃 같은 너를 좋아 밤잠 설친 일한두 번 아니지인연의 꽃 닿지 않아 떨어지면 그만남은 잔상은 썩지 않지한때 함께한 흘러간 냇물은바다 근처에서 조용히 흐르겠지내 앞의 꽃들 내 꼴이 이상한 듯 깔깔거린다뭐해요날 데려가세요. 자작글-025 2025.03.13
새벽길 새벽길 2025.3.12언제나 뾰족한 연필심으로도도하게 날 선 시어를 갈기다가그 녀석에게 심지 툭 꺾기자 뭉툭해 져버린다정신 차리니 새벽길길가 바랭이 눈물 머금고고개 숙이고 있잖아나는 발길 걷어차자눈물 뚝뚝 떨어지더니 빳빳이 서두군다시는 울지 않겠다 다짐하고새벽길을 걸었지세월에 이길 장사 있나영 잎 달고 구부정한 정절 곧은 광나무 한 그루 자작글-025 2025.03.12
허기진 구름 허기진 구름호당/ 2025.3.11사막 같은 행로를 가다점심때쯤 허기진 구름 되어 모여든다구름 양상도 가지가지주어진 프로그램을 닦으려는 자는맑고 엷은 구름 걸맞은 식판에 시어가 들린다사막을 기어오르다 한 점 찍을 수 있어 좋다찌부러진 풍선 팽팽했으니바람 불지 않아도 둥둥 떠돌다 흩어진다. 자작글-025 2025.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