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혜 식혜 호 당 2011.1.20 긴긴 겨울밤 창 문풍지 떠는 밤 뭣이 먹고 싶어 출출한 밤에 얼음 살짝 낀 식혜 한 공기 內柔外剛(내유외강) 같은 당신의 성깔이 한 번 표독스럽게 표출하면 달고 맵고 시원하고 아삭아삭한 맛보리 TV 화면이 자꾸 바뀌지만 식혜를 나누는 당신의 얼굴은 희열과 사랑만 가득하다 ? 자작글-011 2011.01.20
국수 한 사발 국수한 사발 호 당 2011.1.19 그녀의 구수한 인정미에 마음 끌리는 것처럼 진한 맛깔스러운 육수에 잠긴 면발을 보고 침을 삼킨다 국수에 얹은 갖은 고욤에 살짝 덮은 쑥갓의 향기가 그녀의 향기로 밀려오고 씹으면 부드러운 촉감으로 오감을 자극하는 쫄깃한 면발 후루룩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을 때의.. 자작글-011 2011.01.19
너에게 다가가고 싶다 너에게 다가가고 싶다 호 당 2011.1.18 잠시 대문 열리는 동안 힐끔 들여도 본 눈길 이름 모를 꽃 한 송이 매혹적이다 굳게 닫아버린 대문 문밖에 있어도 찌르는 향기 감히 기웃거리기도 어려운 내 몰골 그 꽃 앞에라도 다가가고 싶다 깃대에 꽂힌 깃발은 너를 향해 희롱하듯 펄럭거리고 있는데 벌 나비였.. 자작글-011 2011.01.18
방향 바꾼 가지들 방향 바꾼 가지들 호 당 2011.1.17 맘껏 뻗어 가려는 가지에 웬 이유도 많고 구설수도 많고 훼방꾼도 많고 대 놓고 가로지르는 옆 가지들 너희 모두 내게 방해꾼이다 맘껏 뻗도록 가만히 두면 네게 손해 보는 일 있나 가끔 웃통 벗고 공공연히 방해하는 너 너희 꼴 보기 싫어 그곳으로 뻗지 않고 방향을 돌.. 자작글-011 2011.01.17
대설 대설 호 당 2011.1.17 하얀 가루가 내린다 온천지에 백색의 시간이 펄펄 날리다가 내린다 백색경보 발령이다 발이 묶였다 모두 칩거 蟄居했다 까치가 쫓기듯 날아간다 참새 떼들 다 어디에 숨었나 도로는 이름을 지우고 말았다 백색의 시간이 쌓일수록 짓눌리는 것들 설화는 모두의 몫. ? 자작글-011 2011.01.17
얼음폭포 얼음 폭포 호 당 2011.1.17 하얀 얼굴로 포효하면서 위세 떨치던 너 차디찬 시간이 멈추자 얼어버렸다 평소 네 낯바닥을 쳐다보았을 뿐인데 감히 기어오를 꿈조차 없었지만 이 시각은 밧줄을 걸어서라도 너를 한껏 주물리겠다 정지된 시간에 선 너 무기력한 호랑이 콧수염에 지나지 않아 네 낯바닥에 험.. 자작글-011 2011.01.17
천등산 박달재 천등산 박달재 호 당 2011.1.16 천등산 박달재 노래만 가득하다 금봉이를 진혼하는 가락 그 가락 경전 같아 고갯마루 숲이 묵상에 고개 숙인다 한줄기 바람 숲이 일제히 고개 든다 애통한 고혼아 고이 잠들라 밝은 햇살이 금봉이의 동상에 환히 어루만지신다 바퀴 달고 연인끼리 喜喜樂樂 고개 넘는다. &l.. 자작글-011 2011.01.16
우리 안의 소들 우리 안의 소들 호 당 2011.1.15 그 우리 안은 늙은 소들만 우글거렸다 개중에는 산중에서만 자란 것이 늙은 암소가 태반인데 도시 물먹은 늙은 황소도 더러 섞였다 왕초라는 것은 어느 무리든 있기 마련 그를 넘보는 자와는 항상 갈등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하루는 날카로운 뿔 새워 공격했다 무리에서 .. 자작글-011 2011.01.15
벗어나고 싶다 벗어나고 싶다 호 당 2011.1.14 옷소매에 매달리는 그녀를 뿌리치고 문을 박차고 뛰쳐나왔다 그토록 달콤한 홍등 아래서 주향 날리는 너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이제부터는 잊어야 한다 마지막이다 빈 캔맥주 통을 밟아 찌그려 버리겠다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새 캔맥주 뚜껑을 따고 향기 퍼뜨리는가 그간 .. 자작글-011 2011.01.15
너른 벌판으로 달려라 너른 벌판으로 달려라 호 당 2011.1.11 나의 푸른 희망을 짊어지고 너른 벌판을 달리는 것은 나의 가슴에 돋은 새 힘 밀어 올리는 꽃대에 맺은 꽃봉오리를 본 것이오 미지의 세계가 펼칠 너른 벌판을 눈부신 햇살이 내려 새로운 빛깔을 창조해 내기에 나 그를 쫓아 달릴 것이오 내 벌판의 뒤편과 이편을 .. 자작글-011 2011.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