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 풍경 창밖의 풍경 호 당 2011.1.10 칼날 같은 바람이 귓불을 찌르듯 불어 아파트 창문을 흔들어대지만 안은 평온한 남방의 휴양지 같다 가까이 있는 학교는 차디찬 적막에 떨고 운동장은 백색의 공포에 싸였다 아파트 소방도로를 흰 입김 뱉으며 승용차가 조심조심 미끄러진다 어린이들이 연을 날리며 즐긴다.. 자작글-011 2011.01.11
주인없는 묘 주인 없는 묘 호 당 1011.1.10 산을 오르다 주인 없는 묘 1기를 봤다 봉분이 제법 큰 것을 보니 당시는 형세께나 했던 모양이다 얼마나 흘렀을까 묵뫼가 된 지 오래되었구나 쑥부쟁이 억새 싸리들이 몰려와서 4계절 꽃피워 위로했다가 새들도 몰려와서 놀았을 것이다 어린 솔 무리가 제법 활개치며 시시덕.. 자작글-011 2011.01.11
거미줄 거미줄 호 당 2011.1.9 산을 오르다가 거미줄이 앞을 가로막는다 허리 굽혀 간신히 빠져나와 유심히 바라본다 잠자리 한 마리가 거미줄에 걸렸다 거미줄을 흔들어대면서 날개 파닥거려 헤어나려고 필사의 노력을 한다 삶의 앞길이 편안할 수만 있겠나 죽을 힘 다하여 노력하면 구렁텅이에서 헤쳐 나올 .. 자작글-011 2011.01.09
팔공산 갓바위 팔공산 갓바위 호당 2011.1.9 약사 여래상이 관봉冠峯에 좌상 하여 사해를 굽어 미소로 어루만지신다 우뚝한 영봉 靈峰에서 사해의 바람 소리 다 들으셔도 마음속 깊이 새겨 헤아려 주시겠지 당신 앞에 서면 내 교만과 내 허욕과 내 펼친 칼자루들로 치켜 새운 빳빳한 목덜미가 스르르 숙여진다 당신 앞.. 자작글-011 2011.01.09
그 옛날 농촌의 저녁상 그 옛날 농촌의 저녁상 호 당 2011.1.7 땀에 시달린 하루 종일 밭고랑 긁다가 어둠의 꼬리 붙잡고 돌아와서 멍석 편 마당 머리는 모깃불 연기 피어오르고 식구들 모여 앉은 밥상은 멀건 국수 한 사발 겁 없이 매달리는 모기 쫓으며 훌훌 들이키는 면발이 퉁기는 국물 한 방울에 젓는 사랑 된장 찍어낸 풋.. 자작글-011 2011.01.07
훌라후프 돌리는 아이 훌라후프 돌리는 아이 호 당 2011.1.5 초등학생 어린이 훌라후프를 돌린다 과녁을 맞힌 화살을 중심으로 동심이 맴돈다 유연한 허리의 율동에 햇살이 곱게 어루만진다 단단히 박힌 화살촉은 원심력과 구심력을 끌어들여 폭포의 소용돌이로 연못의 파장으로 펼친다 돌려라, 돌려라 맴도는 물맴이처럼 뱅.. 자작글-011 2011.01.05
구운 굴비 한 마리 구운 굴비 한 마리 호 당 011.1.4 마주하기가 민망스럽다 곱지 않은 시선에 자꾸 붉어지는 낯빛 맑은 물 샘솟는 질퍽한 골짜기로 함께 喜喜樂樂 했었는데 푸른 향 날려 마냥 즐겁기만 했었는데 낙엽 진 메마른 골짜기에 억지로 숨어들었지만 돌부리만 찍히고 말았다 소나무 가지끼리 맞물려 바람에 삐걱.. 자작글-011 2011.01.04
누에고치 누에고치 호 당 2011.1.3 알에서 갓 깨어난 새카만 누에는 허울만 썼지 뽕잎은 누에의 생명줄인데 잘 가꾼 뽕잎을 비켜 말라빠진 뒷그루 뽕잎으로 연명하다가 마지막 허물 벗으려 몸부림친 결과 겨우 누에섶에 올랐으나 자리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배회만 하는 누에 다른 누에는 새하얀 집 지었는데 몇 .. 자작글-011 2011.01.03
정육점 정육점 호 당 2011.1.2 시뻘건 고깃덩이 마르지 않은 피를 품고 갈고리에 매달렸다 살아서 고된 생을 누렸는데 죽어서도 매달려야 하는가 진열대 속 불빛 받아 더욱 선명하다 죽어서 눈길 끌어 구미 돋우게 하는 것은 인간에게만 보여줄 전유물 영혼을 떠나보낸 살점이 붉은 미각을 깨울 적막한 시간을 .. 자작글-011 2010.12.31
나의 새해 소망 나의 새해 소망 호 당 2011.1.1 새 부대에 새 마음 담고 출발 선상에 선 단거리 선수의 마음으로 출발할 수 있게 힘 실어주시고 시의 날개 더 넓게 펼쳐 창공을 날아 詩公이 노리는 별 한 점 먼저 낚아챌 수 있게 하소서 지력을 더 가꾸어 예리한 눈동자에 생생한 새싹이 자라게 하고 가까이에서 인연 맺은.. 자작글-011 2010.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