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갈림 목 강물 갈림 목 호 당 2011.2.11 그 강을 그대와 같이 손잡고 궂은 일 마른일 다 겪으며 같이 흘러왔지 달콤한 사탕 나누며 꼭 껴안고 여울에 곤두박질치고도 태연히 헤어지지 말고 바다에 이르러 같이 녹아 하나 되자고 다짐했었지요 그 강변에 물망초 한들거리고 진달래 웃음 지을 때부터 눈길 빼앗기더.. 자작글-011 2011.02.11
낯선 길 낯선 길 호 당 2011.2.10 갑자기 어둠 공간에 내팽개친 느낌 듣지도 못하던 음색의 소리는 허공에서 사라지고 구겨진 바지처럼 이리저리 헛갈리는 길 내가 가야 할 길 갈피를 찾지 못하고 서성거린다 문명의 그늘에 가린 표지판이 사라져버려 우주의 미아가 되어 낯선 길을 헤맨다 동서남북 방향감을 짐.. 자작글-011 2011.02.10
쌍계사 찾던 날 쌍계사 찾던 날 호 당 2011.2.8 사정없이 내리쬔다 주말 도로는 막힌 하수구에서 물 흐르듯 한다 들끓는 주차장에 차를 맡기고 진입로에 들어선다 오래 묵은 굴참나무 등 활엽수의 그늘로 이어진다 길섶에 늘어앉은 아낙네들 올망졸망한 자루에서 막 토해낼 듯한 입 벌리고 있는 것들이랑 산채들 각종 .. 자작글-011 2011.02.10
피아노 연주 피아노 연주 호 당 2011.2.9 그녀의 열 손가락이 공기를 날카롭게 가른다 높게 낮게 아다지오로 여울물에서 물고기가 튀어 강을 거스른다 그녀의 열 손가락이 허공을 가를 때 옥구슬이 튄다 우박이 은쟁반에서 튄다 나는 침대에서 어둠의 장막을 두르고 음향의 율동을 가슴에 가득 채운다. 자작글-011 2011.02.09
직장폐쇄 직장폐쇄 호 당 2011.2.9 덜거덕 문을 닫아건다 기세등등하던 굴뚝 연기는 멈추었다 너와 우리 사이 마음 열지 못하고 싸늘하게 식어 가는가 여기에 입줄 이은 이가 얼마인데 그리 쉽게 끊으려는가 폭삭 내려앉을 수는 없잖아 손 떼 묻은 기계는 녹슬게 하지 말아야지 그래 한발 물러서서 물고를 틔우자 .. 자작글-011 2011.02.09
지하철을 타고 출근 지하철을 타고 출근 호 당 2011.2.7 밀물에 떠밀려 들어서니 물결은 턱밑까지 차올랐다 비릿한 바닷냄새에 구역질이 난다 출렁거리는 해수욕장에서 남녀가 껴안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에 삿대로 다가와서 無知莫知하게 데시Dash 하거나 물결에 힘입어 꿈틀거리고 또 한편은 갑판으로 마구 밀어붙여 .. 자작글-011 2011.02.06
여기가 더 편한 걸 여기가 더 편한 걸 호 당 2011.2.6 해발 800미터 산비탈 제비집처럼 찍어 바른 오두막 두 채에 사는 뉘엿뉘엿 늙어버린 두 쌍 부부들 비탈에 매단 문명의 햇살인 TV 전기 전화기를 끼고 있어도 그들 생애는 언덕배기에 매달린 개미 같다 비탈진 밭고랑에 거미줄치고 비탈진 풀 섶에 칡넝쿨 얽어도 아무것도.. 자작글-011 2011.02.05
바둑 바둑 호 당 2011.2.6 허허로운 벌판을 무작정 달려들다가 꼼짝없이 낭패당하지 그렇게 몇 번 실패하고 보면 살아가는 법 배워 쉽게 무너지지 않으려 눈비비고 앞을 내다본다 움막이라도 하나 얽어매고 앞을 나아가야지 뿌리박지 않고 가지만 뻗다가 그만 포위당하기 일쑤야 어차피 인간사 삶의 경쟁인.. 자작글-011 2011.02.05
오늘 내가 찾은 곳 오늘 내가 찾은 곳 호 당 2011.2.1 그곳에 걸어서 도착했다 매정스럽게 불던 찬바람이 한풀 꺾여 기죽은 시누이 같다 구겨진 지전 紙錢 같은 이만 우글거리지만 낯선 지전에도 제법 빳빳한 생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묵향을 풀풀 날리고 있었는데 똥구멍 썩은 병아리가 묵향을 뭉개버린다 그래도 이 모퉁.. 자작글-011 2011.02.01
눈물 눈물 호 당 2011.2.1 눈물은 웃음의 바다에 깊게 가라앉은 한 잎의 시든 이파리 한 그루의 나무가 숨을 거둘 때 가까운 나무의 이파리에 내린 이슬 한 방울 50여 년 만에 두고 온 어머님의 만남에 내리는 더운 빗방울 눈물은 기쁨의 숲에서 뿜어 올린 이파리에 맺힌 은구슬이다. 자작글-011 2011.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