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낮 여름 한낮 호 당 2011.3.3 장작불 같은 햇볕이 내리 쬐도 흰 구름 보란 듯이 산 넘어간다 축 처진 호박잎에 한줄기 소나기가 양념처럼 쏟아 붓고 간 뒤끝은 잠시 시원하다 한증막 같은 여름이 대담하게 벗겨 놓은 살갗을 더운 땀방울로 덮는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한낮 시원한 아이스크림으로 녹일까 찬.. 자작글-011 2011.03.04
내 분수를 지키자 내 분수를 지키다 호 당 2011.3.3 찬란한 것은 눈알을 현혹한다 간절한 것을 가득 채운다는 것은 사치에 지나지 않지 내 좌우명으로 정했다면 간절한 것을 허물어버려야 하겠지 빈병에 욕망으로 채우려 들지 말고 분수로 채워야지 팽팽히 맞서다가 현혹하여 끌려가지 말고 항상 체념하는 미덕으로 뒤돌.. 자작글-011 2011.03.03
병원에서 하루 병원에서 하루 호 당 2011.3.2 대기실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들은 모두 생생한 이파리 같다 의사에 진료를 받고 나온 이는 모두 생기가 팔팔했고 아무도 아프다거나 걱정하는 이는 없다 병실에 들렸다 링거를 꼽고 있어도 나는 환자가 아니라고 우겼다 응급실에 실려 온 이도 아무렇지도 않은 .. 자작글-011 2011.03.03
이런 사람으로 - 이런 사람으로 - 호 당 2011.3.2 한 푼의 동전에 쉽게 허락하는 자동판매기 같은 매춘부가 되지 말고 시퍼런 칼날에도 식언하지 말고 묵직한 돌 같은 의리있는 이가 되라 나풀거리는 이파리가 아닌 태풍이 불어도 끄떡없는 줄기가 돼 믿음 보여라 쓰레기더미를 기는 뱀보다 거실에 놓인 앵무새나 금붕.. 자작글-011 2011.03.02
아파트 가로등 아파트 가로등 호 당 2011.3.2 밤을 지키는 파수꾼 투명한 광채를 지닌 체 오직 한 구역을 지키는 보안관이다 비 오나 눈 오나 구멍 빠끔 빠끔 뚫린 하모니카 같은 고층건물의 그늘을 지워주는 하모니카를 지닌 자의 눈동자를 밝힌다 무더운 여름 무수한 날것의 공격 추운 겨울 휘몰아치는 바람 모진 시.. 자작글-011 2011.03.02
전화벨아 울려라 전화벨아 울려라 호 당 2011.2.28 아무리 산골이라도 밤이면 전등 켜고 낮이면 끄는데 전화기야 너는 침묵하는가 나 바램 내 칡덩굴에서 벋어 나간 줄기의 소리가 빈병을 채울 생수 같은데 보약보다 더 보약은 칡덩굴이 벋어가는 소리다 마음의 빈병에 목소리로 가득 채워다오. 자작글-011 2011.02.27
알루미늄 같은 사랑 알루미늄 같은 사랑 호 당 2011.2.25 강렬한 햇살은 사금파리를 달아오르게 하듯 그녀를 사랑했다 그럴수록 갈증은 더했다 몇 시간만 못 보면 미칠 것 같은 마음 염천 한낮 그대의 전갈을 받으면 쏜살같이 달려가서 목까지 차오른 사랑의 열기를 대장간의 쇠붙이 식히듯 둘은 풀장으로 뛰었다 사랑의 열.. 자작글-011 2011.02.25
뒤통수가 애처럽다 뒤통수가 애처롭다 호 당 2011.2.25 관광 행렬은 7.5㎞ 금편계곡을 들어섰다 두 사람이 매는 가마꾼이 잇따라 따라오면서 2만 원을 연방 외친다 손님을 태운 가마꾼은 으깨지는 어깨임에도 행운의 무게를 메었다고 신 난 듯이 달렸다 빈 가마 매고 따라오는 이의 외침이 애절하다 반을 훨씬 넘긴 여정이다.. 자작글-011 2011.02.25
동백꽃 동백꽃 호 당 2011.2.24 언제나 파란 눈망울 창창한 그녀 사모하는 열망이 나날이 더해 눈망울 충혈되고 입술 부풀어 터져 해풍 싣고 달려온 그대의 손길이 어루만지면 사모하던 붉은 망울 깨물어 홍역 반점보다 더 붉은 반점으로 피어 그대 맞으리 자작글-011 2011.02.24
자아라는 것 자아라는 것 호 당 2011.2.23 마음을 맑게 닦아 티끌 하나라도 묻지 않도록 이름 지니고 처신했다 남들이 보는 눈 빛깔이 내 것과는 다를 것이오 눈 오는 날의 서글픔이 눈 오는 날의 즐거움이 구별되는 색상의 차이를 조화롭게 녹이려는 마음의 연못을 맑게 걸렀다 진흙탕의 땅 위에 꽃 심어 화려한 꽃피.. 자작글-011 2011.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