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초등학교 추억의 초등학교 호 당 2011.3.18 키는 성적순이 아니고요 한때 좌석은 성적순이었지 양지바른 창가 그 줄 가장 따뜻한 대접 받았지 모진 북풍이 부는 겨울 그 좌석만은 겨울 아지랑이가 책상 위에 춤추고 내 시선을 흑판에 올렸을 때 잠시 초점을 흔들리는 그 좌석 그러나 난로 위 꽁보리밥 도시락 포개.. 자작글-011 2011.03.18
대나무 숲 대나무 숲 호 당 2011.3.18 저들끼리 곧은 마음 치켜 새우고 곧바로 달리는 자세 흙탕물 같은 고해는 저만큼 옆에 두고 우리는 정직 사랑 배려의 울음소리만 낼 줄 안다 우리는 외풍이 불어도 서로 껴안고 잠시 누워도 옷매무새 바로 하고 선다 대나무 숲으로 기어드는 너희에게 맑은 氣(기) 듬뿍 안겨주.. 자작글-011 2011.03.18
갈대숲 갈대숲 호 당 2011.3.18 산기슭의 갈대밭 흰 머리카락 휘날리며 저들끼리 휘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었다 그날 바람 한 점 없는데 우리도 덩달아 함께 뒹굴었다 저들끼리 휘감고 사각거리는 것 그것이 사랑의 몸짓인 것을 알았다 산다는 것은 사랑 속에 있을 때 가장 활기차다는 것을 알았다. 자작글-011 2011.03.18
장미-1 장미 호 당 2011.3.17 붉게 타는 정열 요염한 웃음에 감춰둔 비장한 독침 음탕하고 요기 부리는 치한의 손 뻗어오면 거부할 독침의 시위 애인에 마음 빼앗기면 살 속에 숨은 독침은 애욕을 끌어들이는 낚싯바늘. 자작글-011 2011.03.17
고양이 고양이 호 당 2011.3.17 소리 없이 다가와서 야옹 한 마디에 옴싹달싹 못하지만 밤만 되면 내 세상 무엇이든 갉아야 직성 풀린다 애라 고양이 불러들이자 귀염받고 먹을 것 다 받고도 눈알 굴리는 모습이 무섭다 오냐 도둑고양이 누명은 쓰지 말고 서생원만 잘 지켜라. 자작글-011 2011.03.17
일본의 대재앙 일본의 대재앙 호 당 2011.3.17 천지개벽이 이럴까 바다가 성내어 힘껏 밀어붙여 버린다 평화로운 대지가 순식간에 전쟁 때의 포화보다 더 가혹한 폐허 수많은 목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그마의 분출보다 더 혹독한 쓰나미 생명과 재산의 대재앙이다 엎친 데 덮친다 공포의 원전방사선 보이지 않은 무.. 자작글-011 2011.03.17
폐업 폐업 호 당 2011.3.16 식솔을 거느린 가장은 아니더라도 언제까지나 자생의 뿌리 내리지 못하고 엄친의 염통에 뿌리내리려 하나 이만큼 이파리나 뿌리를 돋게 하였으니 스스로 뿌리 내리도록 해야지 내 뿌리 내리도록 문을 두드렸으나 모두 손사래 당하고 내 힘으로 문을 열기로 했다 요란한 개업과 동.. 자작글-011 2011.03.16
낭떠러지 낭떠러지 호 당 2011.3.16 몰라도 너무 몰랐다 너희의 눈동자에 박힌 불쑥 솟을 알갱이가 박힌 것을 그것도 모르고 너희를 너무 낮게 보았다 내 아니면 너희를 제압하지 못한다는 오만 온갖 것 다 안다고 비상의 나래 펴고 잔뜩 거들먹거렸더니 바로 내 앞에 벼랑의 낭떠러지가 있는 줄 모르고 날뛰었다 .. 자작글-011 2011.03.16
불꽃 빛나다 불꽃 빛나다 -복지관에서- 호 당 2011.3.15 무척 싸늘한 햇살 아래 파삭파삭 시린 이파리는 모여들었다 몇몇 무리는 무료한 시간을 달래려 서성거렸지만 날갯죽지 처진 수탉같이 무기력하다 힘차게 수액 빨아올리던 폐기는 말라버리고 그래도 몇 군데 골짜기는 늦게나마 잠자던 장작에 불 지펴 활활 타.. 자작글-011 2011.03.15
빨래 빨래 호 당 2011.3.15 짓 묽고 때 묻은 옷은 겉만 허술하랴? 사람으로 땟물 끼인 자야 어떠하랴? 몸속의 찌든 얼룩을 지니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하는 이 사회에서 손가락질 받는 이 교회의 원통 속에서 빨래 돌리듯 맴돌고 세제를 넣어 세례를 퍼부으면 마음 한구석 낀 땟물 모두 토해낼까 표백제 같.. 자작글-011 2011.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