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일 초파일 호 당 2011.4.5 그녀는 평소 절에는 한산했다 하필 못줄 퉁기는 날 마음 모자라는데 남들 줄이어 산사 가니 그만 자가용을 끌어낸다 아카시아향이 그녀를 꾀이는지 아니면 범종에 목탁소리가 마음 후려잡는지 만사 팽개치고 산사를 찾는 그녀 뭐 가봤자 부처님 말씀 한 구절이나 알고 108배나 할.. 자작글-011 2011.04.06
너 떠난 봄날 오후 너 떠난 봄날 오후 호 당 2011.4.5 너는 떠났다 화사한 봄날의 아지랑이가 내 코앞에서 너의 화신인 양 얼른거리다 못해 발광한다 가지마다 푸른 이파리가 오한에 젖어 파르르 떤다 네가 없는 화사한 오후를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출렁거리는 바닷물 같은 심장 어느 밧줄에 묶으면 고요를 찾을까 너는 .. 자작글-011 2011.04.05
후회의 화살 후회의 화살 호 당 2011.4.4 그때 내가 좀 앞서 커온 느티나무였지 내 그늘 밑에 자라는 나무는 몹시 구박받으며 커 왔지 모진 가뭄에도 비 오면 넓은 가지와 이파리로 독식하고 어린나무는 흘린 빗방울이나 얻었지 때로는 넓게 뻗은 가지로 바람 분다는 핑계로 후리 갈기거나 구박했지 그때는 몰랐지 눈.. 자작글-011 2011.04.04
산불 산불 호 당 2011.4.3 오랫동안 자란 푸른 희망 화마가 달려 휘덮는다 푸른 희망 치솟기만 했었는데 무엇을 이루려 그렇게 힘차게 자랐던가 누군가 한순간 저지른 불의 선악을 악의 끄나풀로 묶어 골짜기로 산봉우리로 끌어 바람까지 가세하게 하는가 내 푸른 꿈 누군가의 시샘이 내 마음을 타버리게 하.. 자작글-011 2011.04.03
롤러스케이트 경기장 롤러스케이트 경기장 호 당 2011.4.2 소용돌이에는 마음 실려 빙빙 돌아도 현기증에 익숙하고 관중의 눈망울이 빙빙 돌아도 현기증에 익숙하다 직립의 인간은 대지에 항복하여 머리를 조아린다 자유자재해야 할 팔은 뒷짐 지고 그래도 두 다리는 발판과는 항상 어긋나 타협 없이 마찰만 일삼고 거기 우.. 자작글-011 2011.04.02
같이 푸르다 같이 푸르다 호 당 2011.4.1 그 묘판에는 가지각색의 눈동자가 모였다 처음 마음의 문 열기에 인색하던 것이 햇볕 쬐는 시간이 쌓이자 문을 열기 시작했다 묘판에 같은 물을 흘려주기 시작하자 같은 색깔로 변해갔다 4번째 묘판에 있는 동안 대문 열어 같이 푸르고 같은 물에 잠겨 뿌리내리자 이앙 될 때.. 자작글-011 2011.04.01
4월 4월 호 당 2011.3.30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하얗게 지새우는 잠 못 이루는 밤이라 투덜대면서 검은 장막 속에 눈 훤히 뜨고 코 곤다 이른 아침에 언 땅을 파고 상추씨앗을 뿌렸는데 며칠 후 발아가 잘돼 좋아 죽겠다고 손뼉 쳤다 그러나 이웃집 순이는 발아 안 된다고 떡잎을 보고 투덜거리며 깔깔거렸다 4.. 자작글-011 2011.03.31
시린 오후 시린 오후 호 당 2011.2.10 거기 재잘대는 소리 학교를 파하고 학원은 못 가는 앳된 소리 아직 삶을 걱정 안 해도 될 앳된 소리 흘끔 쳐다봐도 메아리치는 소리는 없다 배움이란 뭐야 가르침이란 뭐야 모른 것을 아는 것으로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으로 실천하는 것을 몸에 배게 하는 것인데 굵직한 소리.. 자작글-011 2011.03.30
화장실 다녀와서 화장실을 다녀와서 호 당 2011.3.28 무거운 짐 부려놓고 한결 가벼워지는 마음 한 꾸러미로 거울에 비추면 붉은 꽃이 돋는다 종종걸음으로 해우의 뒤끝은 느긋한 강물의 재잘거림 그렇게 마음 밝아지는 곳 인간의 욕망 한 뭉치를 속 시원히 해결해주어 화장 후의 해맑은 얼굴 거기 구름 활짝 젖힌 밝은 .. 자작글-011 2011.03.29
밤길 밤길 호 당 2011.3.27 내 초등학교 시절 나 혼자 귀가하던 밤길 그날 구름 덮인 밤 반딧불이 깜박거릴 때 밤길이 울퉁불퉁 내 가슴이 울렁울렁 산언덕 절벽에서 모래알이 사르르 떨어질 때 놀란 가슴이 쿵덕 쿵덕 눈망울이 화경되어 부리부리 놀란 토끼 같은 귀 쭈뼛쭈뼛 멀리서 초롱불 깜박깜박 개 짖는 .. 자작글-011 2011.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