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등산 새벽의 산책 등산 호 당 2011.4.19 땅거미를 걷어내며 산을 오른다 나의 하루 출발 삶이 가파른 산을 오르는 것이라면 분명히 정상이 닥칠 것이지만 나의 삶이 정상은 보이지도 다가오지도 않는다 초목이 일제히 고개 숙여 인사한다 나도 소나무야 안녕 싸리나무야 안녕하면서 새벽이슬 맞고 산을 오른.. 자작글-011 2011.04.19
소먹이기 소먹이기--사춘기 호 당 2011.4.19 암소의 옆구리가 푹 꺼져 있었다 꺼진 구멍을 메우도록 소를 먹이라고 하기에 들로 끌고 나갔다 먹어야 커지고 먹어야 발동하는 거지 뭐 소풍경風磬이 댕댕 소꼬리 좌우로 흔들흔들 소 파리 좌우로 날고 암소의 암내는 내 코를 자극했다 가끔 울음인지 부르짖음인지 소.. 자작글-011 2011.04.19
화로 불 화로 불 호 당 2011.4.18 아름다운 놋쇠화로를 선택했다 보온성이 뛰어난 화로에 숯불을 담아 방안에 둔다 방안이 단번에 훈훈해진다 우리의 사랑이 저렇게 이글거렸다 화산이 폭발하여 뿜은 마그마처럼 묵은 시간이 쌓일수록 재는 쌓이고 발광하던 불덩이는 속속들이 안으로 파고든다 활활 타는 것만 .. 자작글-011 2011.04.18
오늘 하루 오늘 하루 호 당 2011.4.17 휴일을 맞는 날 오늘 하루는 둘만의 하루 평일의 하루는 각기 돌돌 말아 팔 흔들며 펴고 싶은 곳으로 풀어놓는다 땅거미가 깔고 돌아온다 일일이 간섭 말고 꿰매거나 펼치거나 자르거나 오므리거나 맘대로 재단하는 하루 휴일의 하루는 둘만의 백지에 넓게 펼쳐 같은 색으로 .. 자작글-011 2011.04.17
멸치 멸치 호 당 2011.4.16 너른 바다가 삶의 터전 마음 놓고 헤매도 언제나 떼거리 행렬 한 몸 살아남자면 그 무리 속에 머리 박아야 한다 앞을 가로막는 그물 모르고도 알고도 달려야 하는 습성인걸 이제 푸른 기억은 잊어야 할 때 잠시 파닥거려봐야 절망이 희망으로 둔갑하지는 않을 터 운명.. 자작글-011 2011.04.17
이발하는 마음 이발하는 마음 호 당 2011.4.16 망설인다 더 버텨볼까 이번에는 내 맘 채워줄까 맘은 깎지 마세요 알맞게 부탁해요 당신의 맘과 내 맘이 이발가위에 달렸는데 뭉텅뭉텅 자르고 째깍째깍 가위질 머리카락에 묻은 아쉬운 맘 쓸어버린다 또 경계선 넘겨 마음 켕긴다 상쾌해야 할 마음 한 귀퉁이를 벌레에게 .. 자작글-011 2011.04.17
전단광고 현수막 전단 광고 현수막 호 당 2011.3.27 교차로엔 불법 현수막 전신주엔 불법 광고딱지 철거민의 가옥 같지만 찰거머리같이 찰싹 붙어 있다 일당 3만 원 받는 철거 꾼들 코딱지 떼듯 떼어내고 가면 뒤따라 와서 붙여 놓는다 떼고 붙이고 숨바꼭질하지만 절박한 절규 같다 영,수 과외생 책임지도 사글세 놓음 이.. 자작글-011 2011.04.15
운암지-2 운암지 호 당 2011.4.15 가뭄에 수척해진 운암지 어디론지 흐르지 않아 고여 있으면 썩기 마련이지 삶을 끌어안은 그는 지금 사자의 송장 같은 침전물을 끌어안고 자신도 썩는 것이 아닐까 내 마음속도 저렇게 썩지나 않았을까 그 중 아픈 추억을 썩히는 운암지가 되려 오늘을 곰 씹는다 썩지 않으려면 .. 자작글-011 2011.04.15
봄날은 갔다 봄날은 갔다 호 당 2011.4.13 온상 편안한 시절을 빠져나온 지 오래 따듯한 사랑 속에 봉숭아꽃 피던 한때를 누비던 세월 발정기의 수캐가 암캐 찾아 며칠간 굶어도 사랑을 위해 바친 정열이었는데 붉은 꽃잎 떨어져 휘 날아 버리고 남은 붉은 망울 몇 알 그리고 찌그러진 낯바닥 그렇게 봄날은 지나가고 .. 자작글-011 2011.04.13
제비꽃-1 제비꽃 호 당 2011.4.13 모닥불 피는 듯한 양지쪽에 쪼그리고 앉은 너 무엇을 그리고 있니 키 작다고 자학하는 것은 아닐 테고 너는 양 가닥 내린 머리 가닥이 보기 좋아 발정기의 사내 추파 보낼 거야 그때는 뿌리치지 말고 덥석 받아들여 그러면 사랑의 징표는 금방 나타날 거야. 자작글-011 2011.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