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엄 두엄 호 당 2011.4.13 쌓아 둔 낙엽이 파삭거리던 것이 시간이 흐르니 폭삭 삭아 내렸다 삭아 내린다는 것은 일종의 숙성이라 했던가 술 쌀밥이 숙성되면 술이 되고 사람이 숙성되면 어떻게 될까 아무래도 숙성과 비숙성의 차이는 열매가 익느냐의 차이 나는 신물이 나는 애송이 숙성되자면 두엄처럼 한.. 자작글-011 2011.04.13
인터불고에서 점심을 인터불고에서 점심을 · 호 당 2011.4.12 일행을 순한 양 같은 얼굴들로 모아 놓았다 촌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낯설 뿐이다 모두 자리 잡고 침묵하는 동안 주최자의 공식화된 매끄러운 소리에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리고 동의하고 박수 처서 힘을 실어주었다 낯선 먹거리에 미각이 어리둥절했.. 자작글-011 2011.04.13
갈증-1 갈증-1 호 당 2011.4.11 햇볕을 한곳으로 모아 놓은 화경火鏡으로 가뭄에 타들어가는 논바닥의 모가 곧 재가 되려 한다 입을 딱딱 벌리며 고통을 참는 냇바닥의 고기 한 마리 그를 구하려 냇바닥을 파고 들어가도 물 한 모금 찾지 못한다 나의 목은 더욱 가물어간다. 자작글-011 2011.04.11
갈증 갈증 호 당 2011.4.11 화분을 며칠 동안 관리에 소홀 했더니 화초가 시들해졌다 갈증에 지치면 저렇게 되겠지 나의 갈증은 어디서 온 건가 다정한 목소리의 나팔은 하나 둘 떠나고 남은 것 몇 개도 찌그러진 소리만 들린다 목소리 스스로 사라지는 것도 있겠지만 화분 관리하듯 관리의 소홀도 있을 것 같.. 자작글-011 2011.04.11
콩밭 매기 콩밭 매기 호 당 2011.4.9 한여름 밀짚모자 숙여 쓰고 콩밭이랑 타고 호미질이 한증막 속에서 옷매무새 고치기에 비교나 되랴 구름 한 점 바람 한 점 찾아들지 않는 웃자란 콩밭이랑 속 호미질에 가슴이 멍 먹 손에 쥔 호미가 돛대처럼 치켜들고 싶어도 목을 담보한 밭고랑이 나를 놓지 않는다 밭고랑 너.. 자작글-011 2011.04.09
그곳은 텅 비어 있었다 그곳은 텅 비어 있었다 호 당 2011.4.9 아무도 이런 세상이 올 줄 믿지 않았다 동공 같은 농촌의 집 그간 많이 변했지만 그래도 빈자리를 채우려 들지 않는다 모두가 떠난 젊은이 봄이 되면 찾아들어 그곳에 집 지려 하지 않는 제비 초가일 때가 더 따뜻했었다 끈질기게 발붙이는 것은 해마다 초목은 무성.. 자작글-011 2011.04.09
무르익은 봄날 무르익은 봄날 호 당 2011.4.9 시렸던 한철 뽕짝 풍을 좋아했던 때 싸늘한 골방을 빠져 나왔지만 그때의 향수가 배부른 이의 하품처럼 난다 굳이 화려한 꽃집이 아니더라도 널브러진 꽃냄새를 맡을 수 있고 먹다 남은 음식물을 개들도 마다하고 주지 않으려는 아이러니한 풍요 시린 겨울 겪지 못한 세대 .. 자작글-011 2011.04.09
실뿌리로 얽히자 실뿌리로 얽히다 호 당 2011.4.8 주름살의 낯바닥들 처음은 바삭거리는 모래알이든 것이 끈끈한 밥풀로 추어탕으로 매운탕으로 반죽하는 동안 밀가루 반죽처럼 되어갔다 거기에 더해 술 향기에 젖고 각기 뽑아 낸 음향에 젖고 각기 토해 낸 정담에 젖어 가뭄에 단비처럼 젖어 실뿌리는 길게 뻗어 얽혔다.. 자작글-011 2011.04.08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호 당 2011.4.6 그 옛날 태백산 기슭에 자리 같이한 온상 거기서 젊음의 불꽃 활활 피워 그 열기로 새싹을 키워냈지 온상을 달리하는 동안 세월은 흐르고 젊음도 흐르고 불꽃 열기도 사그라지려 했지 지금 온상을 벗고 허허벌판에서 잿불 속에 잠자는 불꽃이 되었지 오늘 최초에 같.. 자작글-011 2011.04.07
얼 얼 호 당 2011.4.6 후려쳐도 꿈틀하지 않고 썩어빠진 나무뿌리도 아닌 것이 창창한 느티나무의 푸른 삶 사유의 골짜기에서 끊임없이 흐르는 생동의 물소리 언제나 출렁이는 바다 때로는 큰 파도 밀어 외치는 포효 같은 것 포화의 격전에서 새빨간 피 흘리다 실려 가면서도 울분 외치는 소리 이름 석 자 .. 자작글-011 2011.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