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불안 호 당 2011.3.27 낭떠러지 끝에 서서 아래를 내려본다 아찔한데 바람이 등을 떠민다 얼른 자리를 옮겨 침대에 누워 안정을 취하려는데 머리에 그려지는 것은 큰 파도가 가슴을 친다 조각배는 파도에서 한 잎의 이파리로 떠있다 정전이 되어 촛불을 켰다 바람 한 점 없는데 꺼질 듯 흔들린다 불 끄고 .. 자작글-011 2011.03.27
나는 오늘 노래 부르고 싶지 않다 오늘은 노래 부르고 싶지 않다 호 당 2011.3.24 나는 여기 앉아 있어야 했다 음향의 구름 꽁무니에서 허공을 맴돌고 있는 나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소음의 언저리를 맴돈다 햇볕을 받으면 푸른 잎 돋을까 마른 가슴 녹아들고 시린 눈동자도 반짝거릴까 흥은 마음에 꽃이 피는 것인데 꽃봉오리는 맺을 생.. 자작글-011 2011.03.25
영화,그대를 사랑합니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호 당 2011.3.23 달콤한 효과음에 얼른거리는 영상 거기 늙고 음울한 남녀 두 쌍의 로맨스 늙음의 설움 외로움에 피할 수 없는 병마(치마)의 파도를 안고 있으면서도 밑바닥에 깔린 찡한 사랑의 물결이 출렁이고 어쩌면 소시민의 늙음의 자화상 같은 것이 내 가슴을 울린다 관중.. 자작글-011 2011.03.23
봄동 봄동 호 당 2011.3. 배추와 같으면서 모양과 성질은 그렇게 다를까 속내를 감추고 중요한 부분 감추는데 봄동이라는 것은 턱 바래져서 부끄러울 것 하나 있나 거짓 없는 순수한 마음 딱 벌려 보이면서 그래서 더 달콤할까 이른 봄 잔설이라든가 추위를 이겨 봄을 먼저 몰고 온 봄동이 입맛을 돋운다. 자작글-011 2011.03.23
핀셋 핀셋 호 당 2011.3.22 의사만의 핀셋이 아니다 검사는 범죄를 수사할 때 적중의 핀셋을 사용해야 한다 서투른 핀셋으로 생사람 잡지 말고 제아무리 완전범죄 한답시고 저질러 대중에 숨어버려도 요모조모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벼 묘판에 잡초 뽑아내듯 핀셋이 되어야 한다. 자작글-011 2011.03.22
노후 노후 호 당 2011.3.22 두꺼운 돋보기에 지팡이 뒤돌아 본 세월은 새파란 잎 팔랑거리던 나무하나 주름진 낯바닥으로 불타는 욕망의 눈동자 꺼지지 않는 등불 되려 숫돌에 칼을 가는 손 욕망의 등불 꺼지지 말고 쿨룩거리는 기침 소리 같이 들어가며 이불 덮어주고 긴 밤 지새는 노후 되소서. 자작글-011 2011.03.22
조약돌 조약돌 호 당 2011.3.22 모난 돌이 정을 맞지 저렇게 반들거리기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수련 했을까 긴 여정을 오직 수련을 쌓았기에 오늘에 이른 것이겠지 바다에 이르러 끊임없이 자기 몸을 깎아가며 서로 부대끼며 견뎠지 파도에 휩쓸려 몸을 비비고 아직 모자란 부분을 수련하여 단단하고 반들거리는.. 자작글-011 2011.03.22
채석강 변산반도 채석강에서 하룻밤 호 당 2011.3.20 억눌린 여인의 한이다 질곡의 앙금과 사내의 그리움이 층층 쌓였다 여인아 너른 바다를 바라보라 오늘 저녁 사내의 기상인 포효는 파도를 타고 너를 얼싸 안을 것이다 달 밝은 오늘 밤 긴 그림자 드리우고 백사장에서 회포를 풀라 사나이의 포효로 마른 가슴.. 자작글-011 2011.03.20
빛바랜 사진 한 장 빛바랜 사진 한 장 호 당 2011.3.19 처음은 선명한 그늘이었을 텐데 선명한 얼굴이었을 텐데 묵은 세월이라는 풍화작용으로 빛바랜 얼굴에 그늘까지 어스름하다 오랫동안 볕 한번 쬐지 못한 핏기 잃은 환자의 얼굴 같다 그러나 사진 속에 잠드는 생각 한 뿌리는 생생한 눈알 굴린다 낡아 버린 세월 동안 .. 자작글-011 2011.03.19
수평선 수평선 호 당 2011.3.19 아득한 시간의 경계선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 시선을 넘어 상상을 이끌어내는 출발점 피안의 언덕을 오르면 낙원이 있을법한 시점 애와 욕 선과 악을 구분하는 선 모든 욕망을 마무리하는 공평한 선. ? 자작글-011 2011.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