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흐른다 나는 흐른다 호 당 2011.3.15 흐른다는 것은 고목의 나뭇잎이 강물에 떠서 바다로 가는 것이다 흐른다는 것은 시간만이 아니라 세월을 하나씩 엮어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젊은 모습을 하나씩 잃어가는 것이다 흐른다는 것은 낯선 이름을 외우고 익숙한 이름을 하나씩 잊어버리고 관계를 맺기도 하고.. 자작글-011 2011.03.15
흙냄새 흙냄새 호 당 2011.3.15 지난해 너는 키워낸 생명의 알갱이를 다 내어주고 긴 겨울 동안 시린 가슴 끌어안고 지내왔다 그러면서 바싹 긴장한 마음 서서히 녹아내린 봄날 농부의 쟁깃날로 갈아엎은 부드러운 흙더미 흙더미에서 사라지지 않은 어머님의 따뜻한 사랑 같은 냄새 그것은 생명을 끌어안아 줄 .. 자작글-011 2011.03.15
다향에 젖다 茶香에 젖다 호 당 2011.3.14 짝 잃은 기러기인 양 호젓한 다방에서 다 한 잔으로 그리움에 젖을 때 상큼한 아가씨의 미소가 끼어들었다 차 두 잔에 고인 마음의 향은 달랐다 한 잔은 얄밉게 꼬리 치는 유혹의 달콤한 음향이었다면 다른 찻잔은 추억에 젖은 그리움의 향이 피어 내 가슴을 적시었다 지금 .. 자작글-011 2011.03.14
견우야 직녀야 견우야 직녀야 호 당 2011.3.13 오늘이 그리던 당신을 만나는 날 어쩌다가 우리는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요 하느님의 노여움일까 우리의 운명일까 짧은 시간 1년이 단 한 번 364일을 그리움으로 지새워야 할 우리 아니 사랑의 목마름을 단 하루에 잠시 다 녹여질 수 있을까요 오작교 한가운데서 당신을 만.. 자작글-011 2011.03.13
할미꽃 할미꽃 호 당 2011.3.12 어젯밤 꿈에서 그녀를 만났다 나 또래 외짝들이 어린 할미꽃만 보면 우르르 몰려들었지 거들떠보지도 않던 그녀는 양지쪽 언덕에서 해맑은 이슬 머금고 이쪽 내게로 눈빛 돌리더군 행운의 복권당첨처럼 움켜잡은 그 할미꽃이 꿈같이 흘러버리고 산모퉁이에서 어느덧 하얀 솜털.. 자작글-011 2011.03.13
소금-1 소금-1 호 당 2011.3.12 하얀 백색 미각 정이다味覺錠 골똘히 아주 열심히 심심 산중에서 마음 닦아 본이는 알 건가 바닷물이 낳은 하얀 알갱이 사리만큼 소중하지 넓은 수도원에서 바닷물의 해탈 햇볕으로 익는 바닷물 해풍으로 정제錠劑된 하얀 앙금인 소금 아주 열심히 마음 닦아 떠날 때는 사리 몇 개.. 자작글-011 2011.03.12
쌀자루 쌀자루 호 당 2011.3.12 딸아이가 쌀자루를 내민다 바구미 때문에 일일이 골라내자니 바쁜 출근에 힘이 든다고 한다 하기야 남는 게 시간인데 골라내며 밥 지으면 되지 지금이 어느 땐 데 바구미라고 지난 적 머리에 옷에 이라는 놈이 바글거렸다 잡아도 잡아도 뿌리 뽑지 못하고 삶의 질이 나아지니까 .. 자작글-011 2011.03.12
소낙비 소낙비 호 당 2011.3.12 피할 여유도 없었다 마구 쏟아지는 소낙비 느티나무 밑으로 피했다 그러나 빗방울이 나를 갈긴다 느티나무는 피하지 않고 흠뻑 맡는데 나는 피하려 스며든다 다들 겪는데 나만 피하려는가 흠뻑 맡고 낡은 찌꺼기 털어내야지 소나기는 그치고 햇볕이 나왔다 초목이 산뜻하게 푸르.. 자작글-011 2011.03.12
봄날 봄날 호 당 2011.3.12 시리게 채찍질하던 선생님 그 회초리 덕분에 부드러운 버들강아지를 얻어 버드나무는 푸르러간다 뭣이든 그저 얻는 게 아니야 이제 봄 맞으면 더욱 생기 찾아 봄을 활짝 피워 생의 정상에 꽃 피울 거야. 자작글-011 2011.03.12
소금 소금 호 당 2011.3.11 모진 시련을 이겨낸 나 마음 닦아 解脫한 나 하얀 얼굴로 태어났다 바닷물로 밀려와서 뙤약볕으로 몸 달구고 바닷바람으로 제 티끌 날려 소금으로 태어났다 더욱더 마음 삭여 짠맛으로 정제되고 누구에게 보시할 때는 마음 녹여 맛을 살려주었다 내 한 몸 닦고 내 한 몸 불살라 구미.. 자작글-011 2011.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