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몸살 호 당 2011.2.23 김 서린 기침에 바이러스가 튄다 몸이 달아오른다 대장간의 쇠붙이 같다 한낮의 사막이다 모래바람으로 온몸이 쑤신다 아스피린 스트렙토마이신 최신무기를 동원해도 끄떡없는 바이러스 한증막에 땀 흘리고 침대 위의 수면으로 열꽃 밭을 건너야지. 자작글-011 2011.02.23
삶의 울타리 삶의 울타리 호 당 2011.2.22 연못의 물맴이는 그 자리에서 잘도 맴돌아 내 생활과 같지 물방개처럼 오르락내리락 달리다가 멈추다가 맘껏 헤엄치고 싶다 뺑뺑이 맴도는 것이 싫어 허파에 바람 불어넣고자 무작정 가속페달을 밟았다 가슴이 확 트인다 닿은 곳은 화훼단지 봄을 피우는 시클라멘을 거실에.. 자작글-011 2011.02.23
봄 봄 호 당 2011.2.22 해님이 더 가까이 다가온다 언 가슴이 녹기 시작한다 그렇게도 꼭 막혀 도무지 너와는 통하지 않았다 말의 장벽으로 얼어붙었다 사다리를 걸쳐 너의 벽을 넘어야겠다 따뜻한 마음을 담은 항아리를 넘겨 보낼 터이니 받아보고 가슴 녹여라 버들강아지 같은 보드라운 마음을 담아 넘겨.. 자작글-011 2011.02.22
겨울 운암지-1 겨울 운암지-1 호 당 2011.2.20 그간 얼마나 추웠었나 바짝 긴장한 너의 가슴을 차디찬 시간만 흘려보냈었지 너를 찾는 이의 마음도 조였었다 어디 이웃에 손 내밀 여유도 없었지 오늘 훈훈한 시간을 맞아 너는 긴장에서 해방됐다 스르르 녹아내린 인정미가 출렁거린다 너를 찾는 이의 그림자를 끌어들여.. 자작글-011 2011.02.20
근린공원 소묘 근린공원 소묘 호 당 2011.2.19 4월의 따스한 햇살이 오랑캐 꽃잎을 눌러 지문을 찍는다 오래되지 않은 공원으로 짙은 그늘은 없지만 엷은 그늘에서 구겨진 신문 같은 얼굴들이 삼삼오오 모여 세월을 흘린다 싱그러운 봄바람이 젊은이의 머리카락을 날린다 어린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신 나게 달린다 막 .. 자작글-011 2011.02.19
공원-1 공원-1 호 당 2011.2.19 펼쳐진 시야가 초점 잃고 흐릿한 듯 뿌옇다 혼자만의 고독이 뒤덮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 모인 이들은 쌍쌍이거나 무리이거나 한데 혼자 있는 것이 고독이 아니고 아름답게 보인다 혼자만의 사색 혼자만의 뎃상 혼자만의 사진 작품 혼자만의 아름다운 순간들이다 혼자의 외로움과 .. 자작글-011 2011.02.19
걱정 걱정 호 당 2011.2.19 당신은 얼굴에 무엇인가 돋아나 있다 그 무엇인가는 속으로 스며 아침이면 푸석푸석한 푸석돌 같다 남들이 봐서는 아무도 거미줄 친 것 같지 않은 하얀 얼굴 그렇지 당신의 얼굴에 무엇이 돋았나 먼 곳에서 손짓하는 듯한 외침 그래 거기 가만있어 달려갈게 가도 가도 그 자리 마음.. 자작글-011 2011.02.19
우리에게 우리에게 호 당 2011.2.18 하얀 시간만 끌어안고 구겨진 백지장 같은 이들아 시간을 흘리지 말라 같은 무리 모이면 마른 이파리 끌어안고 푸른 잎 피어나도록 돌아가며 바라지 말라 나른 새의 황금알이 내게 떨어지도록 번갈아 기대하지 말라 얼어붙은 골짜기 같은 마음에 훈훈하게 불어 녹여 생을 싹 틔.. 자작글-011 2011.02.18
백색 계엄령 백색 계엄령 호 당 2011.2.17 예기치 못하고 떠난 것을 후회한다 도로 한가운데서 누구도 거역 못할 백색 계엄령*이 내렸다 꼼작 못하고 그대로 멈추었다 백색공포는 사정없이 엄습해 온다 줄줄이 멈춰선 차들 방금 숨 끊은 듯한 생 서서히 응고될듯한 느낌 차디찬 시간으로 파묻히고 말았.. 자작글-011 2011.02.17
고목의 그늘 고목의 그늘 호 당 2011.2.16 가지 넓히고 위엄있게 버텨 눈 치켜뜬 오래 묵은 나무 무료급식에 모여든 개미떼처럼 후덕이 무성하다 가슴에 큰 洞血 하나쯤 갖고도 끄떡없이 위엄 떨친다 모진 세월 겪으면서 너희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고장의 수호신처럼 서 왔다 내 가슴에 둥지 틀고 새들 지저귀고 여름.. 자작글-011 2011.02.16